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기 Dec 06. 2020

정리가 필요한 밤

딱히 뭘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던 오늘 밤, Gmail의 inbox에 쌓여있던 약 600여개의 메일을 정리했다.


꼭 확인해야 할 편지만 쏙 빼다가 각종 스팸과 고지서만 가득히 남은 우편함처럼, Inbox에는 온라인 쇼핑몰의 주문서, 여러 뉴스레터, 도메인 만료예정 메일, 읽고 폴더에 옮기지 않은 개인적인 이메일 등등이 쌓여있었다.


조금씩 읽고 옮기고 지워도 점점 늘어나던 나의 Inbox. 오늘은 정리의 밤이다.

딱히 의미있는 방식으로 정리하지는 않았다.


1. 일단 읽을 필요가 없는 메일부터 검색으로 지웠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보내는 '물건이 당신 국가에 도착했다'와 같은 이메일들을 지웠다.


2. 그리고 꼭 읽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지난 이메일들을 지웠다.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나 격언이 담긴 이메일들. 고도원의 아침편지나 뉴닉같은 뉴스레터들이었다.


3. 그리고 나서는 한번쯤 열여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이메일들을 열어보고 확인하고 지웠다. 한 주간 의미있는 디자인 관련 글들의 리스트를 보내주는 뉴스레터들.


4. 그리고 그래도 슬쩍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이메일들을 찾아보고 지웠다. 내가 구독중인 뉴스레터 중에, 이런 주제도 가끔씩 읽어야지 했던 것들이다. 작가나 사업가들의 인터뷰가 담긴 뉴스레터,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하는 뉴스레터들.


5. 그리고 언젠가 읽으리라 마음먹었던 이메일들을 빠르게 읽고 지우거나 옮겼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뉴스레터, 디독 등과 같은 뉴스레터들.


6. 그리고 이제서야 58개가 남았다. 여기엔 지금에라도 꼭 다 읽어야겠다고 생각되는 뉴스레터들과, 추천 음악과 관련 글이 있는 뉴스레터들이다. 건축/공간/인테리어와 관련된 신세계의 빌리브, 음악을 추천하는 Space Oddity, 말 많고 고독한 디제이. 이것들이 남았다. 이제야 하나씩 읽고, 확인하고, 음악을 듣고,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있다. 음악을 들으려니 이제 진도가 더뎌진다. 오늘 밤에 빌리브를 확인하고 정리하기는 글렀다.


음악을 들으며, 이렇게 정리하면서 든 생각.


a. 우리말로 된 좋은 컨텐츠들이 정말 많이 생겼다. 예전엔 디자인이나 건축, 최신 IT뉴스들에 대해서는 해외 사이트가 아니면 별로 알맹이 없는, 그리고 정보 위주의 컨텐츠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유익한 컨텐츠들이 너무 많아졌다. 정보와 생각을 따라가기가 버겁다. 대신, 외부 글을 추천하는 리스트들 중에서는 딱히 유익하지 않은(너무 편협한 지식으로 생각을 전개해서 이건 아닌데 싶은) 글들도 있어서 아쉬울 때도 있다. 역시, 오리지널 컨텐츠가 좋다.


b. 내가 좋아하는 분이 오래전에 알려준 것이 있다. 무언가 정리하거나 규칙을 만들어 적용하려고 할 때, 지난 것들까지 다 정리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 괜히 불필요한 노력을 들이다가 지치지 말고, 지금부터 잘하라는 것. 오늘 내가 이 조언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결국 한 15분 쯤 정리하려고 하다가 포기했을 것이다. 역시, '지금부터라도' 마음이 중요하다.


c. 우편함은 정리했고, 편지가 들어있는 종이박스도 한번쯤 들여다 보고 싶다. 오랫동안 조금씩 쌓인 개인 폴더. 방학이 있다면 뉴스레터에서 추천한 음악을 정리한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고, 하루종일 편지를 읽어도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떡볶이와 멜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