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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기 Feb 26. 2021

Shall we dance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영화 제목이었지만,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언젠가는 봐야지 하면서 보지 않다가, 이제서야. 


춤을 배우기 전에 봤어야지, 하며.


하지만 춤을 배우기 전이었다면, 무슨 뜻인지도, 무슨 말인지도, 무슨 느낌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이야기에만 집중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짧게나마 탱고를 배운 뒤 이 영화를 보게 되어 더 다행인지도 모른다. 저 상황이 더 잘 이해되고, 춤을 알려주는 대사들과 모습이 더 생생히 느껴졌으니까. 파트너를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으니까. 춤을 배우며 추며 느끼는 즐거움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까.


이번 주말엔 밀롱가에 가고 싶다 생각이 드는데, 코로나라니!


멋졌던 장면의 대사들을 스크랩해본다. 마지막은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Shall we dance?



여기서는 스텝 따위는 다 잊어버리고 즐겨야죠? 

..

스기야마 씨, 댄스는 스텝이 아니에요. 

음악을 몸으로 느끼고 즐겁게 추면 되는 거예요. 



봐요, 그 첫 스텝, 거기서 자신있게. 

그 첫 스텝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니까, 

상대방에게 전달이 안 되는 거에요. 

알겠어요? 볼룸 댄스는 리더가 온 몸으로

어떻게 춤을 출 것인지, 파트너에게 확실히 전달되어야 해요. 

그 첫 스텝을 자신 없게 하면 아무것도 전달이 안돼요. 


지금의 당신 스텝은 이래요. 

이래선 아무것도 전달이 안되잖아요? 

그러니까 자신을 가지고 크게 발을 내놔요. 

...

아뇨. 더 크게 발을 내놓아요.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열중해 버렸어요. 

아뇨, 별 말씀을요. 

이 나이에 이런 말이 부끄럽긴 하지만, 

매일 매일, 살아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왠지 피곤함도, 

오히려 즐거운 기분인 걸요. 

저도 이렇게 댄스에 열중해 보는 건 오랜만이에요. 

너무 기분이 좋아요... 


부모님과 함께 본 윈터가든의 영국 선수권대회는 

평생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준결승에서 진 

젊은 커플의 춤이에요. 

두 사람이 추는 퀵 스텝을 저는 정신 없이 바라보았어요. 

하지만 곡의 마지막에 와서 다른 커플과 충돌했죠. 

리더는 무리한 자세로 넘어져서, 그대로 병원에 실려 갔어요. 

그 때 부모님은 말씀하셨어요. 멋진 커플이라고요. 

제가 이유를 물어봤더니, 리더는 최후까지 자신의 

파트너를 지키려고 했다고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셨어요. 


저도 스기야마 씨를 보고 있었어요. 

이 창가에서 당신이 플랫폼에서 스텝을 밟는 모습을 

보았을 때, 뭔가 가슴이 벅차 올라 뜨거워지는 걸, 

지금도 기억해요. 


시작, 시작이 전부예요. 침착하게, 침착하게... 

나가요! 

폴어웨이. 리버스! 테레스핀! 

슬러어웨이. 오버스웨이! 

좋아! 


제1차 예선, 제2조, 퀵 스텝. 

시저즈, 사이드샤셋, 백럭, 

런닝휘니시, 내츄럴 턴... 해냈다! 


그런데 왠지 두려워서 말을 꺼내지 못했어요. 

언젠가 당신이 얘기해 줄 거라고 믿었죠. 

하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았어요. 

처음은 바람인 줄 알았어요. 

댄스라고 알았을 땐 조금 안심했지만,

어째서 댄스인지 이해가 안 갔어요. 

그러나 당신은 활기가 넘쳤어요. 

저 혼자만, 남겨진 기분이 들었죠. 

그리고 오늘 당신을 보고 더욱더 잘 알 수 없게 됐어요. 

뭔가 분해요.  


아버지의 진의를 전혀 헤아리지 못한 채, 

저는 매일 어쩔 수 없이 댄스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런 때에, 당신이 댄스 교실을 나오게 된 거에요. 

대회를 목표로 스기야마 씨와, 도요코 씨가 연습을 하던 그 석달 간. 

제 마음 속에서 뭔가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상대방을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신뢰하지 않고, 

나 혼자서 춤추고 있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겁니다. 

블랙풀에서의 실패는, 리더가 저를 배반한 것이 아니라, 

리더를 계속 배반해 온 제 춤의 

당연한 결말이었던 겁니다.

상대방을 신뢰하고 춤추는 훌륭함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춤추는 즐거움을 생각하게 해 준 것은 당신입니다. 

전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겁니다. 

스기야마 씨, 정말로 고맙습니다. 

파티에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힘없이 출근하는 당신보다 

활기 넘치는 당신을 보고 싶어요. 

저에게도 댄스를 가르쳐줘요. 

당신이 선생님과 춤추고 싶었던 것처럼  

저도 당신과 춤을 추고 싶어요. 

이제 그만 해! 난 댄스를 그만뒀어! 

어째서요, 왜 같이 춤추지 않는 거죠? 춤춰요. 둘이서. 

아빠의 댄스 정말 멋졌어요. 부탁이에요. 춤추세요. 

내가 왼발 내밀면 오른발을 뒤로 빼고, 

오른발을 내밀면 왼발을 뒤로 빼고, 90도 오른쪽으로 돌아서, 

퀵, 퀵하고, 발을 모으는 거야. 

왼발을 뒤로 빼면 오른발을 내고, 

오른발을 뒤로 빼면, 왼발을 내고, 90도 돌면서, 

퀵, 퀵 하면서 발을 모아. 

그 다음은 처음부터 다시 하는 거야. 

슬로우, 슬로우, 퀵, 퀵... 

그동안 외롭게 해서 미안해.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은 치카게랑 쇼핑하러 나갈래요. 

귀가는 늦을 거에요. 잘 다녀오세요. 마사코.』 


Shall we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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