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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기 Feb 12. 2017

바라나시, Ganga

3년 전 다녀온 인도 여행 사진을 다시 보며.

인도에 출장 와서, 아주 오랜만에 생각 없는 하루를 보냈다. 정말 얼마만인지.

지금은 델리 아래 구르가온에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도의 느낌은 언제나 바라나시이다.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까? 혹시라도 인도의 바라나시가 궁금할 분들을 위해, 몇 년 전 내가 봤던 풍경들을 남긴다.

(사실, 오늘처럼 여유로운 날에,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일 생각이 날까 봐 사진을 보고 있는 중이다)


먼저, 바라나시에서의 마지막 날 풍경이다. 2주간 지냈던 게스트하우스, 그 꼭대기의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친해진 직원들과 작별인사 겸 찍은 사진이다. 별 일이 없다면 항상 건물의 꼭대기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친구들인데도, 언제나 해맑았다.

게스트하우스의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친해진 직원들과 작별인사


그리고 아래는 2주 간 매일 바라보던 바라나시의 풍경이다. 머물던 게스트하우스는 북쪽의 높은 곳에 있어서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멋졌다. 2000년이 넘은 도시, 2000년 전에도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가트의 모습. 그리 크지 않은 동네지만, 혹시 길을 잃은 것 같다면 가트로 나와 걸으면 된다.


가트를 돌아다니며, 보트맨 친구들과 친해졌다. 10대 또래의 친구들과 친해졌는데, 주로 한 친구의 보트를 타다가, 그 친구를 찾다가 없으며 다른 친구가 태워줬다.


그리고 보트맨 친구가 일출을 꼭 보라고 했건만, 새벽에 일어난 것은 2주 동안 딱 한 번이었다




그리고 저녁엔 메인 가트에서 아르티라는 힌두교의 종교의식이 진행된다. 이때에 관광객들을 태운 많은 보트가 메인 가트 앞을 향한다. 바라나시에서 경험한 어떤 것보다 화려하고 이국적인 풍경이었는데, 사실 난 아르티 의식보다 배를 타고 구경을 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모습, 그리고 그 속의 내 모습이 더 흥미로웠다. 인도, 그중에 바라나시에 온 동양인과 서양인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주황빛 불빛 아래 화려한 의식을 바라보는 검은 뒷모습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강에서, 아침이면 사람들은 목욕을 하고 수영을 한다.



블루라씨 가게와 화장터 가는 길. 블루 라씨는 워낙 유명한데, 간판에 가게 이름을 한글로도 적어두었다. 여기도 거의 매일 갔었는데, 가게 안에서 천천히 라씨를 먹고 있으면 화장터로 가는 장례 행렬을 만나기도 한다. 라씨를 먹으며 장례를 보다니, 정말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뜨거운 공기, 햇볕 아래. 좁은 골목 안 파란색 라씨가게에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씨를 먹는다. 생각보다 조금 커다란 황토색 초벌구이를 한손에 쥐고 달그락 달그락. 인도인들의 말들, 서양인들의 말들. 인도인들의 노랫소리. 아, 죽은 사람을 네 명이 어깨에 짊어지고 화장을 하러가는 행렬이 골목을 지나가는 소리. 파란색 가게 안에서 달그락 달그락 라씨를 먹으며 화려한 주황빛 행렬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본다. 그러고보니 바로 아래 강가에 큰 화장터가 있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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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가라앉은 밤공기, 달빛 아래. 온동네가 바라보이는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여행자들과 바닥에 누워서 돌아가며 담배 비슷한 것 한 모금씩. 담배를 펼치고 돌돌 빚은 작은 알갱이들을 넣어 다시 감싼 담배. 차이를 모르겠지만 여행자들은 즐거워서 깔깔. 깜깜한 밤, 마을 여기저기 결혼한 집에서 터뜨리는 폭죽을 보며 여행자가 들려주는 인도 악기 소리에 취한다. 지구가 나를 잡아당기는 힘을 느끼며, 하하호호.



그리고 가트에서 올라와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도시의 골목을 만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골목을 걷는 것도 바라나시에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소도 걷고, 개도 걷고(낮엔 자고), 사람도 걷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니기도 했다.

주황색 불빛이 반짝이며 흔들리는 갠지스강의 밤 풍경. 저 멀리 골목에서 나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고요한 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는 소소한 밤 파티가 한창. 어둑어둑한 옥상 풍경 속에서 모두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서 재잘재잘. 한 대씩 돌돌 말아서 돌아가며 두 모금씩 후우. 카세트의 음악은 Coldplay, Y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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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작은 골목 빵집 이층의 낮 풍경. 청록색 벽에 익숙치 않는 구조의 공간. 아무 손님도 없는 나른한 오전. 천장의 오래된 팬 돌아가는 소리가 스륵스륵. 샌드위치와 짜이를 시켜놓고 두 시간이 넘게 재잘재잘. 치익- 성냥에 불을 붙이고 손님없는 빵집에서 후우. 한번씩 돌아가며 자기네 노래를 부르며. 내 차례는 델리스파이스, 고백.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나가지 않고 쉬기도 하고. 이 친구랑은 참 많이 친해졌는데, 약간은 그립다.



마지막으로, 보트맨 친구들과 밤에 보트에서 파티를 했던 추억. (따라하진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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