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글
오랜만에 나의 스크랩 도구인 Pocket을 열었다. 지금까지 책상 아래 수납함처럼 매일같이 글을 쌓아만 가고(어제도 그제도) 제대로 읽지는 않고 있었다. 한 40분 정도 읽다가 그만 두었는데, 생각해보니 이 수납함에는 '재밌지는 않겠지만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글들이 차곡차곡 모여있었다. 주로 아래와 같은 키워드들이 포함된 글이다.
리더, 전문가, 디자인, 데이터분석, 그로스해킹, 데이터과학, 머신러닝, Product Design, 기획자, 스프린트, 공부법, 스타트업, 조직, 일 잘하는 ...
물론, 몇몇 키워드들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데이터과학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일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 같아서, 점점 중요해지는 것 같아서, 궁금하긴 해서 스크랩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미디어를 살펴보다가 저런 키워드가 나오면 스크랩을 하게 되고, 똑똑한 미디어들은 나의 행동을 보고(read, like, share...) 비슷한 컨텐츠를 추천하기 시작한다.
요즘 즐겨 읽는 Brunch도 어떤 추천시스템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홈에서 나의 관심사와 비슷한 컨텐트를 계속 뿌려준다. 그리고 가끔씩 나의 일과 관련된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또다시 그런 컨텐트들을 보게 된다.
소셜미디어에서의 주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거나,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접하게 되는 컨텐트들도 결국 비슷한 키워드들이 많다. 내가 아는 사람이 들고온 보따리이니 의미있는 내용이 아닐까 하며 제목만 보고 또다시 스크랩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내가 미디어로 접하는 많은 컨텐트들은 점점 더 비슷한 주제로, 작은 주제로 좁혀져만 간다. 안그래도 하루의 시간은 적은데, 나는 점점 좁은 통로에 몰려 끌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며 사실 나는 더 좁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리더’에 대해서만 생각해서도, 어떤 글에서든 수평적이고, 도와주고, 기다려주고, 역량을 이끌어내고, 책임감을 쥐어지는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하지만 벌써 몇 년 전, 내가 보기에 가장 제대로된 리더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나에게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의도치않게 ’특정 주제들에 더 몰입되도록 유도되는 상황’안에 ‘통제’받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특정한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는 반대의 것들을 접할 기회는 줄어든 채 끌려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가지는 위험성이 ‘통제된 일방적인 시각’이었다면, 소셜미디어는 그 정도의 통제는 아니더라도, 정보의 홍수속에서 시간이 부족한 우리들에게 ‘빛나는 컨텐트’ 들만을 강요하며 통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의식없는 기계가 우리와 사회를 학습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는 어려운 주제에 대한 ‘재밌지는 않겠지만 읽어야만 할 것 같은’ 글을 몇 개 읽다가 싫증이 나서, 자기합리화를 하기 위해 글을 써본다.
다시 생각해보니 2014년에도 비슷한 상황에 대해 다른 주제의 글을 썼었는데, 역시 생각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둘 다 부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