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를 디자인에 적용하기위해 알아야 할 것들
*3편은 pxd의 다른 디자이너가 글을 쓰셨기 때문에 건너뛰고 4편으로 이어집니다.
앞의 세 편의 글을 통해 IoT가 어떤 것인지, 어떤 사례와 적용 분야가 있는지, 어떤 기술들을 통해 동작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IoT와 관련된 디자인을 할 때 디자인 관점에서 알아두어야 할 IoT의 특징과, 접근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앞 내용의 요약 정리, 그리고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적은 것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결론부터 조금 이야기하면, 우리 UX 디자이너들이 이전부터 잘 하고 있던 디자인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IoT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제품이 본연의 기능과 가치를 잘 제공하면서 더 똑똑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전구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든 상세한 제어가 가능하겠지만, 집안에 있을 땐 벽에 있는 스위치로 단번에 켜고 끄는 것처럼 빠른 제어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답답해서 쓸까요?
두 번째 특징은 주변과 함께 동작할 때 훨씬 큰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전구가 혼자서 햇빛의 밝기에 따라 최적의 밝기로 실내를 밝히다가 스마트 도어락, 스마트카 등이 사용자가 집을 나갔다고 알려주면 자동으로 꺼질 수 있겠죠. 도어락이 사용자가 돌아온 것을 알려주면 다시 실내를 밝히고요. 이런 식이면 전구가 아무리 똑똑해도 혼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주변의 도움을 받아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겁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4년 11월판’의 IoT 특집 글에서는, IoT 제품의 기능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것을 IoT제품의 발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모니터링-제어-최적화-자율화 인데, 언뜻 보면 자율화가 IoT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 단계에서도 사용자에게 가치있는 기능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어떤 제품은 모니터링만으로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고, 어떤 제품은 최적화를 통해 날개를 달고 새로운 가치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은 자율화까지 가기 위해 주변 제품들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무조건 ‘최적화하고 학습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떠올리기 보다는 하나의 제품이 각 단계에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스마트, 커넥티드 제품의 기능은 모니터링, 제어, 최적화, 자율화라는 네 가지 영역으로 묶을 수 있다. 각 기능은 전 단계 기능을 토대로 구현된다. 예를 들어 제품이 제어 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니터링 기능도 있어야 한다.
여러 IoT 제품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키워드로 자신들의 특징을 말하고 있습니다.
Easy to install, Easy to control
Expandable, Integration, All-in-one
Programmable, Self-control
Learning, Recommend, Smart alert
Location-based, Environment-based
위의 내용들을 보면 제품이 가지고 있는 센서와 네트워크 연결, 처리 능력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Easy to install은 가치라기 보다는 필요 조건인데, 대부분의 IoT 제품들이 각자의 방식을 가지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존 제품을 대체할 때 필요한 설치 용이성과 네트웍 연결을 쉽게 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전에 제품을 구매할 때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었지만, ‘제품을 쓰려면 사용자가 네트웍 설정을 해주어야 한다’는 새로운 필수 조건 때문에 어려워진 부분입니다.
앞에서 “주변과 함께 동작할 때 훨씬 큰 가치를 제공한다”는 얘기를 했듯, IoT는 여러 제품간 시너지를 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품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도어락이 사용자가 나간 것을 감지하면 스마트 전구가 꺼진다”는 연동 시나리오가 가능한 것이죠. 그리고 여러 제품이 수집한 데이터들의 연동과 이를 통한 정교화도 중요합니다.
하나의 상태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한 제품으로서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어락이 사용자가 나간 것을 감지”한 것이 “아무도 없으니 집안 조명을 끈다”를 충족시키는 조건은 아닐 수 있습니다. 보안카메라가 “아무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각 방 센서가 “아무 것도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줘야 좀 더 정교한 “아무도 없다”는 상태로 인식할 수 있을 겁니다. 향후에는 이렇게 여러 제품들이 힘을 합쳐서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형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야 맥락에 맞는 최적의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겠죠.
뻔한 이야기인데, IoT와 관련된 UX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IoT를 통해서 결국 해야할 것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집안의 제품이라면 집안 생활에 대해서 살펴보고 사용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하고, 상업매장이라면 매장 관리자의 요구와 사용자의 쇼핑 경험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겁니다.
대신 일반적인 디자인 프로젝트와 다른 점은,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훨씬 다양한 데이터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똑똑해진 하나의 제품을 통해 문제를 풀 수도 있고, 여러 제품들의 연동을 통해 문제를 풀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혹은 어떻게 연동하는가가 추가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요. 따라서 새롭게 주어진 도구들을 잘 알고 있어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질 겁니다.
저도 처음으로 IoT 관련 프로젝트를 접할 때, 이전엔 보지 못했던 똑똑한 제품들과 개념들을 보고 놀란 다음, 어떻게 하면 더 똑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가 제일 먼저 떠올랐었습니다. 하지만 더 똑똑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어떻게 하면 IoT를 활용해서 중요한 맥락에 유용함을 줄 수 있을까로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IoT관련 UX디자인을 하더라도 IoT라는 개념이 중심이 아니라, UX디자인 관점에서 IoT를 바라봐야 혼돈에 빠지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IoT는 시너지가 중요하다고 계속 말했지만, 이제야 일반인들을 위한 제품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곧바로 시너지를 내기는 힘듭니다. 한꺼번에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한 말이죠. 따라서 디자인을 할 때 하나하나의 제품 단위로만 접근하기 쉽습니다. 물론 개별 제품으로서 유용함을 제공해야 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IoT로 구성된 시스템 속에 속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제품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별 제품 관점에서, 사용자의 작지만 핵심적인 하나의 문제를 더 똑똑하게 해결해주어야 하겠죠. 하지만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 한 제품에 엄청난 능력을 넣으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접근일 수 있습니다. 개별 제품들이 엄청난 능력이 없더라도 함께 있을 때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나중을 택하는 편이 낫겠죠. 그리고 그런 것이 핵심적인 기능이라면 살아남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단일 제품을 디자인 할 때도 제품 주변에 어떤 친구들이 있을지, 근처에 어떤 도메인이 있을지를 함께 예상하면서 디자인을 해야 진정한 IoT 제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IoT를 활용해서 특정 서비스를 디자인 할 때도 말이죠.
최근에 나오는 IoT 제품들은 화려한 기능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것들을 강조하는걸 볼 수 있습니다. 계속 예로 들었던 스마트 전구도 마찬가지고죠. 그리고 그것에 대해 대부분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꼭 스마트폰으로 해야돼? 그냥 스위치로 하면 되잖아’. 결국 스위치로 제어하는 것보다 편하거나 훨씬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됩니다.
많은 IoT들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자율화를 통해서건 자체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서건 핵심적인 문제 해결을 해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물리적인 접점에 대한 고민도 중요합니다. Nest가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기능은 오래전 온도조절기가 가지고 있던 물리적인 인터페이스로 잘 풀어낸 것처럼 말이죠. 앞으로는 다시 PUI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jinwise님이 저에게 낚시질을 했던 질문입니다.
IoT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실 아직도 적당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아래와 같은 내용이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품’은 그것 자체의 의미도 있겠지만, 인간에 의해 사용될 때 더 깊은 의미가 담긴다. 도구는 무엇일까? 도구는 인간의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제는 하나의 도구만이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도구(사물)들이 서로 협력하여 사용자의 어떤 특정 목적을 이루게 해준다. IoT의 본질은 사용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러 도구들이 협력하여 하나의 전체로서 유연한 흐름으로 사용자에게 유용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직 부족한지라, 더 나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을 남겨주세요. 가볍더라도 이것저것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지금까지 총 네 편에 걸쳐서 IoT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미 IoT에 대해 다양한 보고서나 트렌드 예측, 사례 분석, 산업 전망들이 올라와서 더 새롭게 이야기할 것이 뭐가 있겠나 했지만, 디자인 관점에서 읽을 만한 글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IoT도 다양한 분야에서 조금씩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데, 긴 글에서 협소한 분에 대해 계속 같은 이야기만 반복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지만, IoT 관련한 UX디자인을 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이 글은 제가 2015년 pxd story에 쓴 글입니다. 이와 비슷한 UI 디테일에 관한 탐구나, UX디자인 전반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pxd story 블로그를 찾아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