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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기 Mar 02. 2018

옥상공원에서의 휴식시간

문득문득 생각나는 쓸데없는 추억

출근을 하고 가방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열고, 곧바로 컵을 들고 커피믹스를 넣고 물을 따른다. 그리고 옥상공원으로 향한다.

나무벽 위에 컵을 내려놓고 담배불을 붙인다. 언뜻 생각하면 쓸데없는 조형미로 나무판재를 사용해 공간을 구성한 듯 싶지만, 몇 미터로 길고 폭이 30센티미터 정도이고 높이는 120센티미터 남짓한 이 나무벽은 어포던스의 극치다. 팔꿈치를 대고 기대어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풀쩍 뛰어올라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 컵을 내려놓기에도 딱이다. 답답하면 그 위에 서서 더 넓은 풍경을 볼 수도 있다.

담배를 피우며 풍경을 보면, 저 멀리 아침 햇빛이 반사되어 주황빛 유리궁전처럼 반짝반짝거리는 건물들이 보인다.
담배를 피우며 풍경을 보면, 파란 하늘에 떠 있는 솜사탕같은 구름들이 보인다.
담배를 피우며 풍경을 보면, 눈발로 가득한 건물 숲이 보인다.
담배를 피우며 풍경을 보면, 윌리엄 터너의 풍경화처럼 몽환적인 노을이 보인다.

가끔, 누군가 같이 올라오거나 담배를 펴다가 만나면, 벤치에 기대어 앉아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세상에서는 어떤 빛을 좇아 이렇게 다들 힘들게 살까. 매일 멋진 풍경을 보고 하루 먹고 살 수 있다면, 지금처럼 먼 곳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지내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하지만 옛날에도 하루하루 바삐 살았다더라, 그리고 그 때도 여유시간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 시간을 어찌할 바 몰랐다더라... 따위의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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