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해변가 마을, 창가에서 주황 불빛이 새어나오는 네모네모난 이층 집. 홀로 찾아온 여행객들이 하나 둘 모인다.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태어나 처음 만나 한 식탁에 모여앉는다. 시작은 도란도란 함께 마실 맥주를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한 게임. 아, 조금 늦은 여행객이 도착했다. 내가 주인인 것 마냥 문을 열어준다.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다녀온 여행지를 이야기하고, 내일 아침 갈 곳을 이야기하고, 버스를 탈 곳을 이야기한다.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 해외영업을 하는 사람, 법무팀에 있는 사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임상심리학을 연구하는 사람... 몇 안되는데 참 다양한 사람들. 서로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 사람들.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가는 밤.
깊어가는 밤. 갑자기 다들 트럭에 몸을 싣고 깜깜한 마을 골목을 지나 외곽으로 향한다. 음악을 크게 켜고 몸은 트럭의 움직임에 맞춰 기우뚱 기우뚱. 입구를 막아 놓은 의자를 잠시 옆으로 옮기고, 다시 트럭을 타고 오름의 꼭대기에 오른다.
깜깜한 밤. 깜깜한 오름 꼭대기에서 깜깜해진 마을과 바다를 본다. 수평선 근처에는 고기잡이 배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다들 오랜만에 작은 일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