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일. 어제는 친구와 영화를 보고, 와인을 마셨다. 영화는 나의 추천으로, '어느 가족'. 영화관은 친구의 추천으로, '필름포럼'이라는 작은 영화관을 갔다. 아담한 영화관에서 적당한 사람들이 모여앉아 작은 스크린을 보며 '어느 가족'을 보았다. 피로 엮이지 않은 어느 가족, 행복한 결말을 예상했지만 그리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밤에 옹기종기 마루에 모여앉아 불꽃놀이를 보는 장면. 불꽃놀이는 보여주지 않고 하늘에서 그 가족은 담은 풍경은 정말 멋졌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합정의 '파리 살롱'이라는 와인가게에 갔다. 주택가에 있는 작고 이쁜 가게. 영화관도 와인가게도, 평소 내가 접하던 것들과는 거리가 좀 있었는데, 나도 참 모르고 살았구나 하고 생각했다. '파리 살롱'은 언젠가 또 다시 가리라.
오늘의 일. 오늘은 일이 별로 없었다. 낮에 일어나 부모님 집에가서 밥을 먹고 돌아와 저녁부터 밤까지 집에서 이것저것 한 일. 미스터선샤인을 보며, 얼마전 꽃꽂이 수업에서 만든 꽃병의 꽃들을 빼내어 정리한다음 묶음으로 만들어 벽에 걸어주었다. 그리고 마음의 짐처럼 계속 나를 따라다니던 짐 중의 하나, 오토바이 프라모델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꺼내어 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조립이라기보다는, 일단 오늘은 색을 칠했다. 내일부터 조금씩 해야지.
조금씩,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역시 나는 무언가 만드는 일을 해야 살아나는 것 같다. 최근에 가장 많이 쓰는 툴은 엑셀과 워크플로위고, 가장 많이 만드는 것은 숫자로된 결과와 목록화 된 문장들인데, 그것보다는 손을 사용해서 무언가 손에 잡히는 것을 만드는게 역시 나에게는 맞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막혀있던 생각이 굴러가는 통로들이 조금씩 열리는 느낌이다.
계절이 바뀌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