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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기 Aug 08. 2018

깔루아 밀크

요즘엔 퇴근하고 집에와서 밥을 먹고 씻으면 너무 졸리고 피곤하다. 씻고 밥을 먹으면 더 졸려서 일단 먹고 씻기로 했다. 하지만 그래도 졸리긴 마찬가지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나에게는 조용하고 멍했던 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활기찬 저녁과 같다는걸 느낀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고 나서는 그마저도 못한다. 그런데 오늘 잠이 오지 않는 방법을 발견했다. 밥을 먹고 씻고 깔루아 밀크를 한잔 하면 잠이 싹 가신다. 그래서 오늘은 밥먹을 때부터 영화를 보기 시작해서, 깔루아 밀크를 홀짝거리며 영화를 보다가, 새로 프린트한 물건에 가죽을 대고 바느질을 하며 영화를 다 보았다.


그런데 또 생각이 나서, 깔루아 밀크를 한잔 더 만들어서 홀짝홀짝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라디오를 듣다가 알게 된 Nothing But Thieves의 Nothing But Thieves의 앨범을 계속 듣는다. 새로 이사한 집, 맥에 연결된 스피커와 Apple Home으로 연동되어있는 스피커 두 대가 0.2초 정도의 delay를 가지고 서로 노래를 부른다. 기술의 부족함이겠지만, 꼭 콘서트장에서 듣는 느낌이다. 깔루아 밀크를 홀짝홀짝 마시며, 오랜만에 말짱한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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