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붓에서의 3주

by 김선기

3주간 여행을 다녀왔다. 요즘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핫하다는 발리의 Ubud.


작년 12월, 몇 년간 지냈던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를 떠났다. 이제 다시 pxd로 돌아간다.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회사였고, 많이 성장했고, 좋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열심히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하기를 바라는 그런 회사다. 좋은 회사다.


그리고 12월에 3주 간 인도네시아 발리, Ubud이라는 동네에 쉬러 다녀왔다. 돈을 벌기 시작한 뒤로 3주간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계획도 거의 없었다. 요즘 한달살기를 많이 한다는 동네,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이 찾는다는 동네, ‘먹고,기도하고,사랑하라’라는 영화에 나왔던 동네라는 것 정도가 내가 찾아본 전부였고, 왕복 비행기표와 처음 이틀간의 숙소, 그리고 공항에서 우붓까지 가는 택시를 렌트해둔게 다였다.


가자마자 더위를 먹었다. 우붓은 원래 더운 곳인데다가 지금은 우기라, 습하고 찌는 더위 때문에 초반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 정신을 못차리게 되었다. 인도 출장을 다니면서 42도의 더위에도 더위를 먹지 않았었는데, 역시 여행이라 그런지, 습한 더위 때문이라 그런지 힘들었다. 그래서 사실 여행 전체로 보면 그리 만족할 만한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잘 움직이지 않고 더 여유있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휴식시간을 내가 얼마나 못보내는지도 알게 되었다. 남는 시간, 휴식시간을 잘 보내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 맞나보다.


한 문장으로 우붓 여행을 정리해보자면,

‘작은 동네에서 자연 속에서 긴 시간동안 여유를 만끽하며 잘 쉬었다.’


학생 때는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돈은 여유롭지만 시간이 없었다. 물론 언제나 1년에 한두번씩은 2주정도 쉬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생각이나 걱정, 다음날 뭐하지 하는 걱정 없이 잘 쉰 것은 처음이었다. 마음에 드는 식당을 알게 되어 매일 점심이나 저녁은 그 식당에서 먹고 쉬었고, 카페에 가서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코웍스페이스에 가서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숙소에서 푹 쉬었다. 이런 여행을 몇년에 한번 정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앞으로는 계절과 기온, 날씨를 좀 염두하고 가야겠다.

예정보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고 나니 말이다. 지나고 나니 좋은 여행이었다. 지나고 나니 그리운 곳이 되었다. 지나고 나니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정이 들었다. 동네에도 정이 들었고, 레스토랑의 사장님과 직원들에게도, 개에게도 정이 들었다.



사진으로 여행의 기억을 정리해두려고 한다.


먼저, 마음에 들었던 숙소. 4일간 머물렀다. 멋진 작업공간도 있는 곳이었다.

시기에 따라 좀 다르지만, 3만원 정도 하는 숙소였다. 3만원에 이런 공간이라니.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UNADJUSTEDNONRAW_thumb_80aa.jpg 공동 작업공간에서 바라본 숲 풍경
UNADJUSTEDNONRAW_thumb_80ef.jpg 내가 머물렀던 방. 천장도 높고, 한쪽 면은 숲이 보이고, 한쪽 면은 전체가 거울로 되어있어 아주 트여보인다
UNADJUSTEDNONRAW_thumb_80b2.jpg 거울에 비치는 모습. 책상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가장 오래 머물렀던 숙소, 두번이나 묵었던 숙소다. 가격도 싸고, 침실과 욕실, 동네가 한눈에 보이는 넓은 거실겸 주방을 가진 곳이었다. 우붓 중심과도 멀지 않아서 더 좋았다.

UNADJUSTEDNONRAW_thumb_80d1.jpg 거실의 모습
UNADJUSTEDNONRAW_thumb_80b3.jpg 거실에서 바라보는 마을, 집들의 지붕들
UNADJUSTEDNONRAW_thumb_80d5.jpg 거실 테이블에 앉아서 보는 마을의 해지는 풍경
UNADJUSTEDNONRAW_thumb_80b7.jpg 거실에서 바라보는 숙소 내 사원. 비가왔다






그리고 나머지 숙소들이다. 나머지 숙소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고, 가격도 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구조와 숲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숙소는 흔치 않을거다.

UNADJUSTEDNONRAW_thumb_80ab.jpg
UNADJUSTEDNONRAW_thumb_80b0.jpg
UNADJUSTEDNONRAW_thumb_80b5.jpg
IMG_1616.jpg
IMG_1618.jpg







이번엔 거리의 풍경. 작은 마을이 이제 머릿 속에 들어와서 지도를 찾지 않고도 돌아다닐 정도가 되었다. 3주간 스쿠터 렌트를 했는데 하루 2500원 정도였고, 스쿠터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무척 좋았다.

UNADJUSTEDNONRAW_thumb_80b1.jpg
UNADJUSTEDNONRAW_thumb_80b4.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2.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3.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4.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6.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7.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a.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f.jpg
UNADJUSTEDNONRAW_thumb_80ed.jpg
IMG_1546.jpg 아, 그리고 맛있었던 미고랭






그리고 릿지워크라는 곳이 있는데, 가볍게 트래킹을 하기 좋은 곳이다. 할 일이 별로 없고 날이 아주 덥지 않은 때에는 자주 갔었다. 특히 해질녘이 이쁘다. 우붓에서 탁 트인 하늘의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여기가 딱 좋았다.

UNADJUSTEDNONRAW_thumb_80ae.jpg
UNADJUSTEDNONRAW_thumb_80ac.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8.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9.jpg








매일 같은 곳에서 하루 한끼는 먹었는데, 가게 이름은 Lala & Lili warung이다.

이곳에서 매일 나시고랭이나 미고랭을 먹고, 망고주스를 먹었다. 그리고 그냥 쉬기도 많이 쉬었고, 책도 읽고, 먹고 나서 비가 오는 날엔 두시간 넘게 이곳에서 쉬기도 했다. 다른 것은 다 몰라도, 이곳 때문에 우붓에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다. 개하고도 너무 친해졌는데, 다음에 갈 때에도 그대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면서.

UNADJUSTEDNONRAW_thumb_80b6.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e.jpg
UNADJUSTEDNONRAW_thumb_80e8.jpg
UNADJUSTEDNONRAW_thumb_80ea.jpg
UNADJUSTEDNONRAW_thumb_80e4.jpg
UNADJUSTEDNONRAW_thumb_80e2.jpg
UNADJUSTEDNONRAW_thumb_80e1.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0.jpg
UNADJUSTEDNONRAW_thumb_80e0.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0.jpg 이 계단은 큰길에서 레스토랑으로 가기 위해 올라가는 멋진 길이다





몽키포레스트도 유명한데,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자연 그대로, 원숭이들의 세상이다.

UNADJUSTEDNONRAW_thumb_80b9.jpg
UNADJUSTEDNONRAW_thumb_80bb.jpg
UNADJUSTEDNONRAW_thumb_80b8.jpg
UNADJUSTEDNONRAW_thumb_80ba.jpg
UNADJUSTEDNONRAW_thumb_80bc.jpg







그리고 스쿠터를 타고 몇몇 군데를 돌아다녔다. 사실 나는 3주동안 있으면서, 3일 여행온 사람들보다 더 적은 곳들을 다녔다.

UNADJUSTEDNONRAW_thumb_80bd.jpg 미술관의 정원
UNADJUSTEDNONRAW_thumb_80bf.jpg 우붓 외진 길에서 볼 수 있는 논의 풍경
UNADJUSTEDNONRAW_thumb_80db.jpg 스벅에서 보는 마을 풍경. 오랜만에 날이 맑은, 아마 크리스마스 였을거다







그리고 Hubud이라는 유명한 코워킹 스페이스도 멤버십을 결제해서 거기서 쉬며 작업을 했다. 분위기로는 따라갈 곳이 없지 않을까.

UNADJUSTEDNONRAW_thumb_80be.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c.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d.jpg
UNADJUSTEDNONRAW_thumb_80de.jpg







한 곳에만 너무 오래 있으니 심심해져서, 스쿠터 타고 한시간 정도 걸리는 짱구 해변에도 다녀왔다. 원래 이틀을 묵으려고 했는데, 해변 풍경 말고는 우붓보다 별로여서 하루만 묵고 돌아왔다. 하루 시간에 바뀜에 따라 해변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좋았다.

UNADJUSTEDNONRAW_thumb_80ec.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a.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9.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b.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5.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6.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8.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7.jpg







그리고 또 다른 곳은, 스쿠터로 한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바투르 산이다. 이곳은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풍경이 정말 장관이었다. 칼데로호 안에 산이 또 올라와 있는 모습이었다. 오며가며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UNADJUSTEDNONRAW_thumb_80c3.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1.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2.jpg
UNADJUSTEDNONRAW_thumb_80c4.jpg



여기까지. 여행 후기 치고는 보잘 것 없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어쩔 수 없다. 다음에 또 생각이 나면 더 써야겠다. 글쓰기도 다시 자주 해야겠다. 다음에는 우붓에서 작업한 것에 대해 글을 써야 겠다.


오늘은, 언젠가 Lala & Lili를 다시 가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