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여행을 다녀왔다. 요즘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핫하다는 발리의 Ubud.
작년 12월, 몇 년간 지냈던 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를 떠났다. 이제 다시 pxd로 돌아간다.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회사였고, 많이 성장했고, 좋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열심히 성장하고 회사도 성장하기를 바라는 그런 회사다. 좋은 회사다.
그리고 12월에 3주 간 인도네시아 발리, Ubud이라는 동네에 쉬러 다녀왔다. 돈을 벌기 시작한 뒤로 3주간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계획도 거의 없었다. 요즘 한달살기를 많이 한다는 동네,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이 찾는다는 동네, ‘먹고,기도하고,사랑하라’라는 영화에 나왔던 동네라는 것 정도가 내가 찾아본 전부였고, 왕복 비행기표와 처음 이틀간의 숙소, 그리고 공항에서 우붓까지 가는 택시를 렌트해둔게 다였다.
가자마자 더위를 먹었다. 우붓은 원래 더운 곳인데다가 지금은 우기라, 습하고 찌는 더위 때문에 초반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 정신을 못차리게 되었다. 인도 출장을 다니면서 42도의 더위에도 더위를 먹지 않았었는데, 역시 여행이라 그런지, 습한 더위 때문이라 그런지 힘들었다. 그래서 사실 여행 전체로 보면 그리 만족할 만한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잘 움직이지 않고 더 여유있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휴식시간을 내가 얼마나 못보내는지도 알게 되었다. 남는 시간, 휴식시간을 잘 보내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이 맞나보다.
한 문장으로 우붓 여행을 정리해보자면,
‘작은 동네에서 자연 속에서 긴 시간동안 여유를 만끽하며 잘 쉬었다.’
학생 때는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돈은 여유롭지만 시간이 없었다. 물론 언제나 1년에 한두번씩은 2주정도 쉬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생각이나 걱정, 다음날 뭐하지 하는 걱정 없이 잘 쉰 것은 처음이었다. 마음에 드는 식당을 알게 되어 매일 점심이나 저녁은 그 식당에서 먹고 쉬었고, 카페에 가서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코웍스페이스에 가서 개인적인 작업을 하고, 숙소에서 푹 쉬었다. 이런 여행을 몇년에 한번 정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앞으로는 계절과 기온, 날씨를 좀 염두하고 가야겠다.
예정보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고 나니 말이다. 지나고 나니 좋은 여행이었다. 지나고 나니 그리운 곳이 되었다. 지나고 나니 다시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정이 들었다. 동네에도 정이 들었고, 레스토랑의 사장님과 직원들에게도, 개에게도 정이 들었다.
사진으로 여행의 기억을 정리해두려고 한다.
먼저, 마음에 들었던 숙소. 4일간 머물렀다. 멋진 작업공간도 있는 곳이었다.
시기에 따라 좀 다르지만, 3만원 정도 하는 숙소였다. 3만원에 이런 공간이라니.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오래 머물렀던 숙소, 두번이나 묵었던 숙소다. 가격도 싸고, 침실과 욕실, 동네가 한눈에 보이는 넓은 거실겸 주방을 가진 곳이었다. 우붓 중심과도 멀지 않아서 더 좋았다.
그리고 나머지 숙소들이다. 나머지 숙소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고, 가격도 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구조와 숲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숙소는 흔치 않을거다.
이번엔 거리의 풍경. 작은 마을이 이제 머릿 속에 들어와서 지도를 찾지 않고도 돌아다닐 정도가 되었다. 3주간 스쿠터 렌트를 했는데 하루 2500원 정도였고, 스쿠터로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무척 좋았다.
그리고 릿지워크라는 곳이 있는데, 가볍게 트래킹을 하기 좋은 곳이다. 할 일이 별로 없고 날이 아주 덥지 않은 때에는 자주 갔었다. 특히 해질녘이 이쁘다. 우붓에서 탁 트인 하늘의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데 여기가 딱 좋았다.
매일 같은 곳에서 하루 한끼는 먹었는데, 가게 이름은 Lala & Lili warung이다.
이곳에서 매일 나시고랭이나 미고랭을 먹고, 망고주스를 먹었다. 그리고 그냥 쉬기도 많이 쉬었고, 책도 읽고, 먹고 나서 비가 오는 날엔 두시간 넘게 이곳에서 쉬기도 했다. 다른 것은 다 몰라도, 이곳 때문에 우붓에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다. 개하고도 너무 친해졌는데, 다음에 갈 때에도 그대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라면서.
몽키포레스트도 유명한데,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자연 그대로, 원숭이들의 세상이다.
그리고 스쿠터를 타고 몇몇 군데를 돌아다녔다. 사실 나는 3주동안 있으면서, 3일 여행온 사람들보다 더 적은 곳들을 다녔다.
그리고 Hubud이라는 유명한 코워킹 스페이스도 멤버십을 결제해서 거기서 쉬며 작업을 했다. 분위기로는 따라갈 곳이 없지 않을까.
한 곳에만 너무 오래 있으니 심심해져서, 스쿠터 타고 한시간 정도 걸리는 짱구 해변에도 다녀왔다. 원래 이틀을 묵으려고 했는데, 해변 풍경 말고는 우붓보다 별로여서 하루만 묵고 돌아왔다. 하루 시간에 바뀜에 따라 해변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좋았다.
그리고 또 다른 곳은, 스쿠터로 한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바투르 산이다. 이곳은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풍경이 정말 장관이었다. 칼데로호 안에 산이 또 올라와 있는 모습이었다. 오며가며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여기까지. 여행 후기 치고는 보잘 것 없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어쩔 수 없다. 다음에 또 생각이 나면 더 써야겠다. 글쓰기도 다시 자주 해야겠다. 다음에는 우붓에서 작업한 것에 대해 글을 써야 겠다.
오늘은, 언젠가 Lala & Lili를 다시 가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