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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기 Mar 03. 2019

향기

문득 어떤 향기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 향기가 후각으로 느껴질 것 같으면서도 그러면서도 결국엔 그 향기는 느껴지지 않고 머릿속에 시각적인 기억이 떠오른다.


반짝반짝 빛나는 무지개빛 자동차 휠을 보다가 아주 어렸을 적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때가 떠올랐다. 움직이거나 변화하거나 나의 손동작으로 달라지는 것들이 좋았다. 그때는 지금 같은 인터랙티브한 미디어와 기기가 없었다. 무언가 움직이거나 바뀌면 그저 좋았다.


너무 한낮의 드라이브를 하면서 Lyn의 노래를 듣고 있다가 교복을 입던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오후 청소시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들을 하나하나 녹음했던 테이프를 워크맨으로 들으며, 창가에 누워 파란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던 때. 딱히 나의 하루하루 외에 걱정이란 것이 없었던 때.


우연히 가게 되었던 을지로입구역 아래 커다란 지하상가를 걸으며, 90년대 초 크리스마스 즈음의 안양역 지하상가가 떠올랐다. 그때는 거리에 틀어둔 음악의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어서 온동네에 캐롤이 흘러 퍼졌고, 옷가게든 신발가게든 다들 크리스마스카드나 트리와 장식, 반짝이는 여러가지 것들을 팔았다. 그 즈음의 겨울에 언제나 단골로 등장했던 음악은 미스터투의 하얀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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