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이 사람 여기 없어'라며 날 놀리는 것인지,
'꼭 올바로 되돌려 보내주세요'라는 의미를 담은 것인지,
편지봉투에는 Returned to sender라는 메시지와 손가락 모양이 여러 개가 찍혀 있었다.
한국을 떠난지 몇 달이 지난 친구는 반가운 편지를 보내왔다. 날씨 이야기와 나의 안부, 그 곳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 그리고 편지를 쓰다가 문득 떠올랐을 생각들이 노란 종이 두 장에 적혀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옅은 색의 크라프트지 봉투에 담겨.
친구는 그 때 있던 곳에서 한달 쯤 뒤 떠날거라, 주소를 알려주어도 될지 모르겠다고 했었다. 나는 바로 답장을 쓰고 다음 날 우체국에 가서 국제우편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 편지는 반송되어 돌아왔다.
사실, 친구는 편지에서 자기의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었다. 가끔 안부를 남겨달라고 하며. 하지만 나는 편지를 받은 후로도 블로그에 안부를 남기지 않았다. 친구가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도 그렇고, 우리는 아주 가끔씩 편지로 이야기를 했었다. 블로그에 글로 쓰는 것은 왠지 우리의 대화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송된 편지는 손가락 표시가 찍힌채로, 뜯어지지 않은 채로, '받은 편지 상자'에 들어있다. 그리고 '받은 편지 상자'에는 몇몇개의, 다른 사람들에게 보냈어야 할 '보내지 않은 편지'들이 뜯어지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있다.
이렇게 10년이 다 되어가는, 수신인을 만나지 못한 편지들은 편지상자에 계속 담겨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대로 있겠지. 이사 준비를 하며 오랜만에 이것저것 들춰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