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기분 좋을 만큼 술을 마셨다. 한두잔 더 마셨으면 졸렸을텐데, 딱 적당하게 마신 것도 오랜만이다. 잘은 아니지만 나도 이제 대화란게 좀 익숙해졌나보다. 대화를 하다보니 최근에 나를 일깨워줬던 두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언젠가 죽을텐데 하며 몸에 나쁜 담배를 피우거나 믹스커피를 마시는데, ‘오래 사는 것’ 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 을 위해 몸에 나쁜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 하나는 (칼세이건이 딸에게 말했다는데) 언젠가는 모두 죽고 먼지로 돌아가고, 먼저 떠난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다는 것.
예전에 산이나 들은 꽃이나 풀, 나무도 보고 곤충도 잡고 놀고 하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오르거나 지나가며 구경하는 곳이 되었다. 시간을 들여 자세히 자연을 보는 일이 거의 없다. 나는 어릴 적 그렇게 놀다가 점점 TV와 컴퓨터, 휴대폰 화면만 보게 되었는데, 조카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스크린을 보며 큰다. 이건 좀 안타깝다.
프라이데이가 떡갈나뭇잎을 물고 뜯고 하는걸 보면 떡갈나무가 불쌍해서 화를 냈었는데, 산에 오르며 곤충들이 파먹거나 떨어진 잎들을 보며 나무의 삶은 원래 저렇겠구나, 하며 프라이데이를 혼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라이데이 때문에 인덕션 전원스위치의 커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사일 발사버튼 커버처럼 커버를 열면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려고 생각하니, 힌지와 닫힘구조를 만들어야하는데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모델링을 할 수 있는 마우스는 파견지에 있었다. 집안을 돌아다니며 생각하며 뒤적거리다가, 양면테이프와 자석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3d 프린팅에 자석은 찰떡궁합이다.
프라이데이는 내가 집에 있으면 종일 나를 따라다닌다. 같이 있어서 좋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손으로 쓰다듬으려고 하면 뭐야 하며 몇 발자국 떨어진다. 너와 나의 거리. 언제쯤 혼자 공작도 하고 3d모델링도 하고 프린팅도 할까? 프라이데이의 발가락이 내 손가락만큼 길어지기를 빌어본다.
소파를 사고싶다. 거실이 좁아진다. 소파를 사고싶다. 거실이 좁아진다. 소파를 사고싶다. 거실이 좁아진다. 발뮤다 더팟이 사고싶다.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