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외로울 때가 있다.
예전엔 외로움이 즐길만한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어찌 해야할지 모르는 감정이 되었다.
가끔 편안할 때가 있다.
슬쩍 나를 스쳐가는 꼬리, 내 손을 햝는 까슬한 혓바닥의 느낌. 내 옆에 엎드려 자는 프라이데이.
가끔 답답할 때가 있다.
이건 나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방에 공감한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역시 그렇게는 잘 되지 않을 것이다.
가끔 화가 날 때가 있다.
화가 나는 상황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내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화는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끔 나른한 때가 있다.
해가 떠 있는 낮과 저녁, 조용한 집안에서 별 할일 없이 가만히 있거나 뭘 할까 둘러보는 때가 그렇다.
가끔 경외심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멋진 풍경을 보았을 때.
가끔 아련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제주도 여행 때 여러 사람들에게서 얻어온 추천곡, 밴드의 합주곡, 80-90년대의 발라드, 올드팝, 크리스마스캐롤 등을 들을 때가 그렇다.
가끔 막다른 골목에 갖힌 느낌이 든다.
주변 사람들이 나와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바보같이.
가끔 즐거울 때가 있다.
친구들을 만날 때. 비슷한 주제로 비슷한 정도로 이야기를 나눌 때. 음악을 크게 켜고 드라이브를 할 때.
가끔 멋지다는 느낌이 든다.
일상과는 다른 풍경, 일상과는 다른 몸동작, 일상과는 다른 음악의 울림과 조명, 한 공간에서 모두가 한껏 즐기는 모습을 볼 때 그렇다.
가끔 나를 괴롭히는 잡다한 감정도 생각도 들지 않는 때가 있다.
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때. 주황빛 조명과 울리는 음악소리 속, 마룻바닥 위에서 탱고를 출 때.
가끔 자기 싫을 때가 있다.
마땅히 할 것도 없고, 뭘 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고, 잠은 별로 오지 않고,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이 들고, 혼자 있을 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