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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장 Dec 11. 2023

열 번의 실패, 한 번의 성공

흔한 자영업자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

연말이 다가오니 아무리 구멍가게라지만 나름의 정산을 하려고 한다.




벌써 사무소를 연지 10년이 다되어 가고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내 사무소를 하면서 실감하게 됐다.




만 5년 가까이를 1인 사무소로 보내고 불과 2-3년 만에 4-5인의 사무소가 되었으며 작년 불황의 한파로 다시 1인 사무소가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기회다 싶어 두세 달을 일하지 않고 집안일과 육아로 보냈다. 나름의 안식월(?)을 보낸 셈인데, 그동안 못 쓴 휴가를 모두 끌어다 안식월로 쓴 셈이 되었다. 



자영업자의 가장 큰 고충 중에 하나가 휴가를 가서도 일하게 되다 보니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인데, 불황 덕분에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되었으니 아이러니라면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싶다. 다행히도 이번 경험을 통해 마음이 지칠 때쯤 스스로에게 안식월을 주겠다는 소심한 보상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심기일전이라는 말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다 올해 2월부터 심기일전하여 한 달에 하나의 설계공모를 마감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3번을 내리 낙방했을 때 절망에 가까운 우울감이 들었고, '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을 때 다행히 당선의 행운이 찾아왔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순전히 심사위원의 성향과 운이 맞아떨어진 덕분이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처럼, 모든 일은 운이 칠 할을 넘는다.



그 일을 계기로 직원을 구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설계시장 자체가 침체기인 상황인 덕분에(?) 사무소에 어울리지 않는 좋은 인재들을 구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성격이 중요해서 같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해야지 했는데, 두세 번의 구애가 실패하고(구직자가 입사 거절의 아픔을 겪듯 구인자도 구직자의 거절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좌절할 때쯤 좋은 지원서가 들어왔고 운이 좋게 좋은 인재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올해부터 나름대로 세운 원칙 같은 것이 있다.



'가급적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들과 일하겠다는 것.'



일에 귀천이 없다지만 불혹인 나이에 시대에 휩쓸려 다니기 싫어지는 것은, 공자의 말씀 덕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의 법칙 같은 것이 아닐까. 그쯤 살면 적어도 유혹에는 덜 반응하는 법이다.



사실 그 한 번의 당선을 제외하면 내리 열 번을 떨어졌다. 속된 말로 '광탈'이라고 할 만큼 너무나도 깔끔한 탈락. 그 속에서 당선작이나 입선작을 보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있었고 충분히 납득되는 것도 있었다.



그러고 나니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었는데, 설계공모 시장에서 적어도 당선자만 욕할 수는 없다는 것. 당선작의 수준이 떨어진다면 심사위원의 책임이고, 당선작이 준공작이 되었을 때 수준이 떨어진다면 당선과 준공 사이 수많은 요구와 공사비로 점점 떨어지는 퀄리티를 끝까지 부여잡은 설계자는 오히려 칭찬의 대상이 되어야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능력 없는 심사위원부터 능력을 갖추든지 자격을 박탈하든지 해야 한다. 웃기지 않은가. 능력이 아닌 자격으로 결정권자의 자질을 결정한다는 것이.




그렇게 올해는 한 번의 성공과 열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다행히도 정량적으로 따지자면 한 번의 성공이 열 번의 실패보다 더 긍정적이다. 잦은 실패는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물론 그 사이 고꾸라질지 말지는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하겠지만, 나는 그 운이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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