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신축을 해야겠어요?
어제 문도호제 임태병 소장님의 말에 여운이 남는다.
"신축으로 설계했는데 공사비가 말도 안 되게 나온 거예요. 한 층을 날리고 설계변경비도 안 받고 다시 견적을 냈는데, 그래도 예산 안에 안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먼저 말을 꺼냈어요. 수리해서 쓰는 건 어떻겠냐고. 건축주가 먼저 말 꺼내줘서 고맙다고, 그래서 예산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수리했습니다."
대수선, 리모델링이란 말 대신 덧쓰기, 다시 쓰기라 말했다. 그게 더 이해하기 쉬웠다. 신축의 시대는 지고 덧쓰고 다시 쓰는 시대가 오고 있다 했다. 네덜란드는 도시에서 철거로 발생한 폐기물을 도시 밖으로 최대한 내보내지 않는 실험을 하고 있단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그 재료를 이용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순환에 집중하고 재활용한 상품은 오히려 더 비싼 값으로 다시 소비된다. 선순환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단 폐기물을 줄이는 게 먼저고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폐기물은 저렇게 재활용할 방법을 찾는다. 건축은 굉장히 큰 물건이다. 이걸 다 부수고 뭔가를 한다는 건 엄청난 쓰레기를 만드는 것과 다름 아니다. 심지어 수년간 아주 가파르게 공사비가 오르기까지 했다. 새로 짓는 건 점점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장수명 건축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미래 인류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오늘 아침 일찍 착공을 앞둔 현장을 다녀왔다. 곧 있을 철거를 앞두고 현장 지장물의 이전 협의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협의를 마치고 비가 오기 시작해 급히 차 안으로 들어와 곧 사라질 건물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 건물이 꼭 사라져야만 할까.
구조를 조금 보강하고 저층부를 증축하고 옥외 공간을 근사하게 만들 상상을 해보았다. 아, 그렇게 되어도 충분히 좋았겠다 싶다. 앞으로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수고 새로 짓는 시대는 점점 저물고 있다. 덧쓰고 다시 쓰는 것이야말로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크게 와닿는다.
-새로 지어질 건축의 모형. 이게 정답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