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할 일과 해야 할 일을 정리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빠져 있다는 걸 알았다.
내 어릴 적 꿈은 대통령, 과학자, 판사 같은 것이었다. 으레 그 시절은 그런 꿈이 많았다. 그런데 그건 나의 꿈이 아니었다. 주입된 꿈, 아이들의 꿈이 아닌 어른들의 꿈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당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기를 바랐다. 그땐 그게 내 꿈인 줄 알고 살았다.
그래도 나름 심지가 곧았는지 뒤틀려 있었는지 부모님의 기대와는 다르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선택에 후회가 너무 많이 남을 것 같아서.
어제는 협력사와 전화로 싸우고 있었다. 감정이 소모되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급적 감정을 배제하고 싶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밖을 쳐다보니 그게 정말 나의 꿈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어느샌가 내가 내 일에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란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는 있어도 특출나진 않다. 더 노력해야 한다 얘기하지만 더 노력하기엔 이미 소진된 것이 크다. 40대 중반을 달리는 나이지만 여전히 심지는 꼬이고 뒤틀린다. 20대의 내가 40대를 바라볼 때는 저 나이면 뭐든 이뤘겠지 생각했는데 40대 중반의 당사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길을 헤맨다.
인생은 알 수 없어 재밌다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10년을 쏟아부은, 적어도 최근 몇 년은 나의 최선을 다했으나 경쟁 사회에서 '나만'의 최선은 큰 쓸모가 없다는 것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 다들 각자의 최선을 다한다. 그 방식이 어떻든.
부러진 마음을 추스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부러질 때가 온다. 그게 일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무엇이든. 다들 종교에 기대든 수양을 쌓든 나름의 방식으로 헤쳐나가는 것 같다. 나는 지금 가족에 기대고 있다.
아. 지금 생각이 났는데, 어릴 적 나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뭔지도 몰랐을 직업 같은 게 꿈일리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좋은 친구도, 좋은 선배도 후배도 아니지만 좋은 아빠는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