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집에 전골 먹으러 가요

곱창전골 먹으려고 줄을 서는 국수집

by 소소황

맛집이라 칭하는 곳들을 가보면 즐비한 메뉴가 다 맛있거나 가장 자신 있는 한 종류의 음식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두 번째 소울식당으로 점찍은 국수집은 전자에 해당됩니다. 국수집이라 당연히 국수가 맛있지만, 육회비빔밥에는 계란이 두 개 올라가고, 줄을 서는 사람들은 정작 곱창전골을 먹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입니다.


두레국수는 압구정에 위치한 오래된 국수집입니다. 중면(?) 정도 되는 국수가 진득한 국물을 머금어 입을 즐겁게 해주는 곳이죠. 여타 국수가 그렇듯(평양냉면 제외) 비싼 음식이 즐비한 압구정에서 비교적 가볍게 끼니를 때우면서 입안에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식당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비록 요즘은 압구정만 비싸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과거엔 유난히 그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릴 때는 잘 몰랐습니다. 이곳이 곱창전골로 유명하다는 사실을요. 그도 그럴 것이, 저는 매운맛 기피자이기에 빠알간 곱창전골을 주문 할리가 만무한 어린 입맛의 소유자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매운맛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억이 흐릿한 수년 전, 곱창을 먹자는 친구 말에 이끌려 간 곳이 두레국수였던 것이 두레국수=곱창전골맛집 이라는 공식을 뇌리에 새겼습니다.


아내와 함께 곱창전골을 맛본 이후, 처남 부부도 초대해 대접하고, 포장해서 장모님께도 드리는 등 아내가 곱창전골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통통하게 곱이 가득한 곱창과 질 좋은 소고기가 편 썰어 들어있고, 얼큰하고 진한 국물이 어우러져 입안을 간지르는 그 느낌을 모두가 함께 즐겼으면 했기 때문이겠죠. 그만큼 누구에게 추천해도 부족함이 없어 자신 있게 안내하는 식당입니다.


직장생활을 르네상스사거리(르네상스호텔은 사라졌지만)에서 한 제게 두레국수는 점심에는 식사메뉴를, 저녁에는 곱창전골을 먹는 곳으로 굳혀졌습니다. 두레국수가 회사 근처에도 있다는 사실이 그리 반가울 수 없었고, 외식하는 날이면 1순위로 장소 제안을 하곤 했습니다. 회사밥을 포기하고 외식을 한다는 것은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함이고, 때문에 리스크가 없는 '아는 맛'을 찾곤 했습니다. 회사 근처에 좋아하는 식당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축복입니다.


지금에서야 찾아보니 두레국수는 고작 압구정과 역삼, 두 군데에 있는 식당이었네요. 가는 곳이 한정적이지만, 가는 곳마다 있다는 사실에 체인을 냈구나 생각하고 지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그만큼 이 넓은 세상을 좁게 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반면에 제 생활권마다 먼저 자리 잡고 저를 기다려준 이 식당을 어찌 소울식당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두 번째 소울식당으로 선정해봅니다.


#추천메뉴
- 식사가 필요할 때는 육회비빔밥을 추천합니다. 계란을 두 개 올려주고, 함께 주는 비빔소스가 일품입니다.
- 밥이 질릴 때는 두레국수를 추천합니다. 진득한 국물은 간이 충분하고, 국수는 국물을 한껏 머금고 있습니다.
- 여름에는 콩국수를 추천합니다. 간이 전혀 되지 않은 깔끔한 콩국수입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니 좋아하는 분만 드세요.
- 회식, 혹은 여럿이서 먹을 때에는 거두절미 곱창전골입니다. 둘이서 먹기에는 양이 많을 수 있으니 3인 이상을 추천합니다. 물론, 저는 2명 이서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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