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에는 복국이지!

복국 하면 떠오르는 복국계의 대기업

by 소소황

어린 시절 뭣도 모르면서 밤새 술을 마시고, 어른들을 흉내 내며 "해장은 복국만 한 게 없지!"하고 외치곤 했습니다. 술을 즐기는 행위에 대한 취향이 형성되기도 전이기에 그저 어른들을 따라 하기 바빴고, 놀 줄 모르는 20대 초반의 우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복국으로 속을 다스렸습니다. 알바로 힘들게 번 용칫돈을 아저씨들을 따라하는데 썼던 우리, 어쩌면 그 때문에 일찍이부터 아저씨 입맛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재요~ 국밥아재요..ㅠㅠ)


24시간 운영을 하는 금수복국 덕분에 어린 우리는 복국을 시키고 해장술을 마신다며 소주잔을 한번 더 부딪힐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한두번 가봤다는 금수복국 외에는 딱히 아는 식당도 없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복국계의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옷을 잘 모르는 사람이 브랜드부터 챙겨 입듯, 음식을 잘 모르던 우리는 다들 아는 금수복국에서 알싸한 알콜향과 함께 일출을 맞이했습니다. 객기를 부리던 그 시절이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워지기에 첫 번째 소울식당으로 점찍어봅니다.


해운대에 본점을 두고 있는 금수복국은 모든 지점을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점을 가더라도 메뉴와 품질이 유사합니다. 오랜 기간 여러 지점의 맛이 일관되게 유지가 된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위생관리, 조리법, 서빙 등 직원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하지만 관리가 잘 되는 만큼 예상치 못한 ‘반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금수복국을 찾는 손님들의 기대에는 딱 부응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이 없음은 어쩌면 요즘 시대에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요. 후미진 곳에서 반전의 맛을 선사하는 숨겨진 맛집을 찾는 문화, 그런 문화가 우리 주위에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하는 복국계의 터줏대감 역할을 이어가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금수복국은 제 마음 속 소울식당입니다.


복국을 모르던 아내에게 금수복국을 소개했지만 취향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메뉴를 맛있다 추켜올리던 추억, 청첩장을 돌릴 겸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고급 코스요리를 거하게 돌렸던 기억, 부산 출신인 후배의 입맛을 충족시키고자 데려갔으나 정작 금수복국을 몰라 당황했던 일화까지. 굵직하기도, 소소하기도 한 스토리들을 제 기억 속에 자리 잡게 해 준 식당이기 때문입니다.


소울푸드라며 레시피가 넘쳐나고, 맛집이라며 식당정보가 눈에 밟히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추억이 깃든 식당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