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취직이 불러온 후폭풍

두돌짜리 아기를 영어유치원에 맡기기까지

by 소소황

곧 두돌을 바라보는 아기는 다행히도 모든 면에서 무난무난하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고, 부모의 사랑과 조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다채로운 표정과 아기다운 목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시키곤 한다. 인내와 사랑으로 이만치 키워낸 아내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처럼 사랑스러운 아기로 키워냈나 싶다.


그런 아내가 취직을 했다. 2년여 기간이라는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계약직도 아닌 정규직으로 취업을 해버리니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게다가 팔자에도 없던 IT회사의 글로벌 사업기획이라니! '문송합니다'를 멋지게 복한 영문학과 졸업생에게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낸다!


기쁨도 잠시, 육아맘의 취직은 더 큰 후폭풍을 불러왔다. 바로 보육에 대한 문제이다. 여태껏 엄마 품에서 자란 아기를 근무시간 동안 아내 대신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했다. 취직으로 인해 온 가족이 기뻐 노래했지만, 이내 아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근무시간 동안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아내는 몹시 힘들어했다. 2년 가까이를, 임신 기간까지 합치면 2년이 넘는 기간을 아기와 한 몸인 양 생활했던 아내다.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싫어 지금껏 다른 취직 기회를 아쉬워하며 다른 이에게 양보하기도 했던 아내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어느덧 품에 안고 기른 아기는 두돌을 바라보는 데다 정규직이고, 대기업이며, 육아맘에 대한 이해와 아내에 대한 지지, 그리고 응원까지 더해주는 팀장을 만났기 때문이다.


가족의 축하가 감사했지만, 그 뒤에는 항상 아기 보육에 대한 걱정이 숨어있었다.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하는 20개월 남짓의 아기를 혼자 둘 수는 없기에 기쁜 소식과 함께 문제 해결을 해야 하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다. 아내는 주변 어린이집에 전화를 돌렸고, 저출산 시대가 무색하게 빈자리가 없어 미안하다는 답변만이 메아리쳤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었던 진취적인 현대여성은 유모차를 끌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남편은 육아에서 한 발짝 떨어져도 합리화가 가능한 구시대적 시대상에 안주했다. 아내가 동서남북 열심히 아기를 돌봐줄 곳을 찾을 때, 이미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핑계로 아이디어만 던질 뿐이었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둘 다 어린이집을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낮시간에 유모차를 끌고 아파트 주변을 배회한다는 것은 직장노예인 남편에게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솟구쳐 오르는 미안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남편은 구시대적 시대상에 안주하기로 했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해결되었기에 말해 뭐하나 싶지만, 그때 남편까지 가세했더라면 조금이라도 쉽게 일이 풀렸을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아직 두돌을 맞이하지도 않은 아기는 집 근처의 한 영어유치원에 맡겨졌다. 대기 순번으로 인해 어린이집을 보내지도, 어린 나이로 인해 일반 유치원을 보내지도 못하는 현실이 못내 아쉽지만, 일을 해야 하는 부모로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영어유치원은 영어학원으로 등록이 되어있기에 원장의 재량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덕분에 아기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형, 누나들 사이에서 'Baby'라 불리며 갖은 이쁨과 사랑을 받고 있다. 너무 일찍이 형, 누나들 사이에 끼여 힘든 일상을 보내게 해 미안한 마음이 드는 아빠와 엄마이지만, 정작 아기는 잘 적응하여 사랑받는 막내 역할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다행이다. 비록 비싼 보육을 하고 있고 어린 아기에게 무리한 일정을 선사한 듯 하지만, 아기가 웃으며 적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다행이다. 아내의 취직이 환영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서 다행이다. 이렇게 우리가족은 새로운 환경을 해쳐나가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