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특별한 생일파티

아빠가 즐거운 것만 하세요

by 소소황

얼마 전 맞이한 아버지의 생일파티는 고희연으로 치러졌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희끗한 흰머리만 남은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아버지의 고희연, 덧없이 지나간 철없는 아들의 세월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아무리 돌이켜봐도 효도라곤 손자를 보여드린 것 밖에 없다는 생각에 괜한 미안함이 밀려왔고, 이내 고희를 맞이하는 생일파티만이라도 기억에 남는 하루로 만들어 드리고 싶어 졌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행사다운 행사를 만들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동생에게, 아내에게 생각을 공유하고, 모두의 지원 속에서 고작 6명(코로나여 물러가라!)이 모일 자리를 기획했습니다. 꽃다발, 맞춤케익, 상패, 낭독문을 준비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합창도 준비하고 싶었지만, 그건 추억이 아닌 악몽을 아로새길까 두려워 잠시 접어두었습니다.



부모님과 우리 부부, 동생, 그리고 아버지의 절친인 손자가 모인 자리에서 가족을 대표하는 큰아들로서 낭독문을 읽었습니다. 우리집 작은인간이 여러 번 훼방을 놓았지만 무사히 완주를 했고, 아버지는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이미 저는 낭독문을 작성할 때 수차례 눈가가 촉촉했던 후였습니다.


온라인 상의 공개라 비록 실명을 감춘 낭독문이지만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쩍부쩍 커가는 손자와 함께하는 행복한 할아버지, 우리아빠를 응원함과 동시에 모든 아버지들을 응원합니다. 존경합니다.



HJC 아버지 고희연 낭독문
(낭독: 소소황)


‘할 수 있는건 다 해보자’, 이번 HJC 고희연을 맞아 가족들이 준비한 생일파티의 컨셉입니다. 여태껏 아빠의 생일파티는 참 소박하기 그지없었죠. 70번째의 생일이 되어서야 이렇게 준비를 해보는 아들을 용서하시고, EH가 보고 있으니 활짝 웃어주시기 바랍니다.

웃으셨나요? 그럼 이어서 낭독해보겠습니다.

음력으로는 1953년 1월 00일, 양력으로는 2월 00일에 HHG, LLS의 아들로 태어난 HJC은 태어난 지 10,338일째 되던 날, 60 중반에도 여전히 아름다울 CMS과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11,763일째 되던 날 첫 아들 SJ를 만났습니다. 이어서 12,638일째 되던 날에는 YJ, 미래에 다소 늦게 갈 길을 마련할 둘째 아들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HJC은 사회생활과 가장의 역할을 병행하는 고난의 길에 오릅니다.
HJC 생후 23,757일째 되던 날, L씨 성을 가진 TH이를 가족으로 맞이합니다. 정갈한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순간, 순간마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방문해준 모두를 격렬하게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24,359일째 되던 날에는 ‘하비, 하비’ 노래를 부르는 첫 손자, HEH와 첫 눈맞춤을 합니다.

그치 EH야?
아쉽게도 지금 EH는 이게 뭐하는 시츄에이션인지 알지 못합니다.

인상 쓴 젊은 시절 HJC의 얼굴이 활짝 핀 두 아들 표정의 그림자였음을 이제는 압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캠프도 갔던 어린 날의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기억 속의 아빠는 일만 참 열심히 하던 아버지로 남아있습니다. 덕분에 힘듦을 모르고 살았고, 앞으로도 적당히 편히 살듯 합니다.
나와 너무 닮아서 미워했던 세월이 몹시 후회가 됩니다. 싸우면서 정이 든 것인지, 이제야 조금 철이 든 것인지, 현명한 아내 덕에 아빠를 다시 보게 된 것인지, 이유도 모르면서 미워했던 내가 닮은 HJC은 이제 온데간데없습니다. 하나라도 더 닮고,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은 아빠만 제 앞에 있습니다.

물론, 대화를 시작하면 몇 마디 하기 전에 투닥거리겠지만요.

요즘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합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난 70년간 고생을 바가지로 한 결과로 아내는 포시즌즈 호텔 회원권을 들고 헬스장에 다니고, 첫째 아들은 손자를 보여주며 가끔 돈 버는 척도 좀 하고, 둘째 아들은 남들이 우러러보는 ‘사’ 자 붙은 직업을 가질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더 하려는 멋진 포부를 품고 있으니까요.
HJC의 인생이 이미 성공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도 험합니다. 70년 인생을 살았지만, 이제 겨우 고아가 된 아빠의 첫 생일일 뿐입니다. 하늘에서 지켜보실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주변에서 투닥거릴 가족들을 웃게 하려면, 우선 HJC 본인이 즐거워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아빠가 즐거운 것만 하세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HEH의 할아버지가 되어주세요.

그리고 80세 생일파티는 기대하지 마세요. 그땐 제가 사회생활과 가장의 역할이 병행되는 고난의 길에 있을 예정이거든요.

태어난 지 25,550일째 된 HJC 아버지의 고희를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감사하고, 자랑스럽고, 마지막으로 사랑합니다.

가족 대표 HSJ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