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부서장에게 생일축하 메세지를 보냈다.

세련된 직장인이 되고 싶은 아재의 고민

by 소소황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제는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후배들에 대한 기억이 조금 더 흐릿합니다. 또렷하게 기억나는 사람들은 주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인 저를 혼내고, 잔소리를 퍼부으며 일을 가르쳐준 선배들입니다. 안타깝지만 주변의 잔소리를 빨아들이는 능력을 태생적으로 갖고 태어난 듯 싶습니다. 꽤나 많이 혼쭐나는 역할을 담당했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다른 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후배들을 아꼈다고 생각하지만, 또 어찌 보면 무관심해 보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들 성인인데, 알아서 잘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입니다. 또 모르죠, 저만의 착각일지. 그래서 궁금합니다.


카톡 생일자 목록에 사회생활의 처음을 함께한 부서장 이름이 보였습니다. 강산이 변하고도 수년이 지난 지금, 그분은 대기업 임원으로 계시며, 작년 이직소식을 알릴 때 제 앞길을 응원해주신 분입니다.


용기를 내어 생일축하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단순히 안부를 묻고, 생일을 축하하는 것뿐인데 왜 그렇게 긴장이 되던지요. 메세지의 숫자 1이 사라지기를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다행히 고맙다는 답변과 앞날을 응원한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간만의 연락에도 어색해하시지 않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많이 만들라는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도 곁들여 주셨습니다. 참 별거 아니지요, 감사한 마음과 축하한다는 얘기를 전달한다는 것이요. 이 쉬운걸 왜 그간 안 했을까 싶습니다.


지나간 인연들에 연연하지 않는 타입입니다.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듯 하지만, 친구들에게만 관심이 갈 뿐 직장 선후배의 안위는 나 몰라라 하며 살아왔습니다. 막상 안부를 묻는 카톡 메세지 하나에도 긴장하던 자신을 보니,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생활 10여 년을 하고 보니 학창시절 친구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사건사고들을 함께한 이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아지겠죠. 월급노예 생활은 계속될 예정이니까요.


이제부터라도 주변을 챙겨봐야겠습니다. 아니, 챙긴다기보다는 의도적으로 피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아니, 생일 정도라도 의도적으로 챙겨봐야겠습니다. 아니,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세련된 사회인이고 싶지만 어떤 것이 세련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을 알려줄 수 있는지, 선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후배는 어떻게 이끌어줄 수 있는지. 결국 고민의 연속이네요.


10년 전 부서장에게 안부를 물었던 이 날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색만 더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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