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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Apr 07. 2022

아! 분명 아는 친군데 이름이?

시니컬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이직으 새로운 환경에 놓이고 나니 동료들의 이름과 얼굴 외우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름은 익숙하나 얼굴은 매칭이 안 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재택근무의 영향이라며 자기위안을 하는 중입니다. 실제로 회식자리도 사라졌으니 가까운 동료 외에는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이 많은 회사로, 조금 더 큰 회사로 이직을 한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을 살피걸어 다닙니다. 아무래도 눈치를 본다고 하는 편이 더 낫겠네요.


얼핏 돌린 고개에 가끔씩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확신하긴 어렵지만, 낯익은 눈매에 시선 갑니다. 걔 중에는 실제로 아는 사람인 경우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이들도 여럿 있습니다. 물론, 생판 모르는 남일 수도 있겠지만요. '아, 분명 걘데.. 물어볼까?' 하는 순간 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물어볼 각오를 했으면서, 이름을 몰라 확인을 못하다니!?


낯이 익은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인사하지 못하는 그 순간이 싫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코로나, 마스크 때문이라고 재차 되뇌어봅니다. 혹시나 마스크가 없었다면 그 친구의 이름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종종 회사 메신저나 카톡으로 '맞냐?' 하며 반가운 확인메세지가 오는 것을 보면, 다른 이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현장에서는 애매함에 쉬이 인사하지 못한 경험을요. 그나마 이 경우는 이름까지는 떠올렸으니 민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용기가 조금 부족했을 수는 있겠네요.


마스크 핑계를 대며 면피하려 하고 있지만, 솔직히 누군가의 이름을 외우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 제 비루한 두뇌를 싫어합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적응해가며 동료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지나간 인연에 대한 이름을 떠올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신에 이름을 몰라도 마치 아는 것처럼 친근하게 지낼 수 있다는 특기와 남이 내 이름을 몰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연히 회사에서 '분명히' 아는 이의 눈매를 발견했지만,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 채로 추억되새긴 오늘은 마스크를 핑계로 자기세뇌를 시도해봅니다.


그리고 다음에 또 마주치면 마스크를 벗으며 반갑게 인사해보겠다 다짐합니다. 아님 뭐, 조금 민망하고 말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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