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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Apr 06. 2022

로봇이 해주면 좋아요?

시니컬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바야흐로 로봇 전성시대입니다. 한때 자동화가 이슈화되어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난리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대세는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로봇이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조업에서는 로봇을 활용해 제조공정의 오차를 줄일 수 있으니 품질이 향상될 것이고, 직원을 대체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근무 공백을 없앨 수 있고, 인건비의 상승을 원천봉쇄 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이뤄지는 현장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심리적 만족감이기 때문입니다.


AI 채팅봇이 문의 처리를 해줌으로써 빠른 응답이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클레임을 제시하는 고객의  심정을 어루만질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로봇이 치킨을 튀겨 일관성 있는 맛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요리했다는 감사한 마음을 전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로봇팔이 웃음 짓는 LCD 화면과 함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내어주지만, 디테일한 원두 특성에 대한 설명을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로봇이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시 제조 현장을 생각해보면, 로봇이 생산인력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원가절감에 보탬이 되기는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봇을 제조하는 누군가의 인건비는 지속적인 상승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로봇의 단가 상승이 이뤄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제품의 원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커피, 혹은 치킨을 서비스하는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회전율일 텐데 과연 로봇이 만들어주면 속도가 빨라질까 의문입니다. 사람이 하던, 로봇이 하던 커피를 갈고, 뜸 들이는 과정은 동일하고, 치킨을 튀기더라도 기름통에 넣고, 건져내는 시간은 변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문을 잘못 받아 잘못 요리하는 경우는 줄어들 수 있겠네요.


로봇 자체에 대한 부정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로봇이 싫은 것이 아닙니다. 작업자의 안전을 도와주는 로봇, 들기 힘든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로봇,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은 많으면 많을수록 환영합니다.


로봇 산업의 발전은 대세이지만, 그 방향이 다소 의문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 보이는 로봇들은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를 경우가 많죠. 왜 그럴까 고민하다 보니 결국 로봇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싫어하는 것이고, 제가 경험하는 접점이 서비스가 이뤄지는 현장이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네, 저는 로봇이 제공해 주는 서비스가 묘하게 불편하고, 싫습니다.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를 기다리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모순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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