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의 자유시간

자부타임의 기준

by 소소황

남편은 자부타임(자유부인 시간)을 주자는 목적과 얼굴 좀 보자는 핑계로 오래된 친구를 초대했다. 어느덧 허리춤에 오는 아기를 각각 데리고, 아니 모시고 만난 아빠들의 시간이었다.


친구는 남편의 오랜 친구다. 교회친구로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사이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교회에서 다녀오는 해외봉사활동으로 몽골도 함께 다녀왔지만 전역 이후 친구가 교회를 옮김으로써 다소 멀어졌던 사이다. 같은 그룹사에서 근무를 하면서 메신저로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미 아들 둘을 키우는 친구는 이 참에 얼굴도 볼 겸 자부타임을 주자 제안했다.


남편은 자유부인이 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아내에게 알렸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기대만큼 드라마틱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자유부인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할 줄 알았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평소에 자유에 대한 갈증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음에 남편은 안도했지만, 이벤트성 기쁨을 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에 친구의 입장은 달랐을 것이라고 남편은 생각했다.


친구는 우리집 작은 인간과 같은 개월의 인생을 살아온 둘째 분신을 데리고 왔다. 자부타임을 주자면서 첫째는 왜 아내에게 맡기고 왔냐는 말에 덤덤히 던진 한마디가 참 인상 깊었다.


"둘 중 하나만 데리고 나올 수 있으면 자유의 범주에 속해"


한 명의 아기를 키우는 우리집에서의 자유부인은 남편과 아기가 없는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을 의미했다. 하지만 아들 하나만 남편이 데리고 나가도 자유부인에 속한다는 친구의 발언은 둘을 양육하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 체력적 소모를 불러일으키는지 한번 더 생각하게 했다.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은 기대하기 힘들고, 집안 세명의 남자 중 두명만 옆에 없어도 자유라고 하다니.


남편은 자녀 둘 중 하나만 옆에 없어도 자유와 다름없을 정도로 편하다는 사실을 또 다른 초중학교 동창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의 언니, 처형이 첫째를 굉장히 이뻐해 가끔 데리고 놀러 간다는 사실을 전달하던 남편의 친구는 그 순간부터 집안에 평화가 가득하다는 표현을 했다. 여전히 둘째가 버젓이 엄마 옆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면 평화라는 것이다. 혹은 이모님이 둘째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그때가 친구네 부부가 진짜 쉴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 또한 첫째가 여전히 한 공간 안에 있지만, 그 정도면 쉼이라는 뜻이었다.


아직까지는 우리집 작은인간에게 동생을 안겨줄 계획을 가지지 않은 남편은 덜컥 겁을 먹음과 동시에 편한 육아를 하고 있음에 감사했다. 말귀를 잘 알아듣고, 적응이 빠른 아기를 둔 남편은 아기를 종종 부모님께 맡기고 진정한 자유를 누리곤 했다. 그리고 그 자유가 아이 둘을 키우는 부부에게는 꿈도 꾸기 힘든 시간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자유의 범주에 속한다는 그들은 부부 둘만의 시간을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자유부인에 대한 서로 다른 범주, 평화로운 집안에 대한 서로 다른 정의, 진정한 쉼에 대한 서로 다른 기대치를 보며 남편은 서두르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아이 하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때로는 아기없는 혼자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만약에 둘째를 갖는다면, 그 때 자부타임에 대한 아내의 격한 반응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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