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네이트 May 12. 2017

생각하는 마르크스를 읽고 한마디...

35번째로 읽게 되는 책 입니다.


'싸움에는 적어도 고려해야 할 세 가지 기본 요소가 있다. 그 셋을 갖춘 싸움이라면 이를 통해 조금은 사회를 바꿔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정세와 세력 관계 분석이다. 싸움에는 정세나 세력 관계를 아는 것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 정세를 분석하여 우리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아는 데 마르크스 읽기가 기여하는 바가 있다.

 세력 관계를 분석하고 나면 현 상황에서 개입할 지점을 찾을 수 있다. 개입할 지점을 찾는 것, 그것이 두 번째 요소다. 개입을 위한 정확한 지점과 시점이 있을 것이다. 좁지만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 ... 정해진 궤도에 따라 움직이며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이지만 어딘가 개입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있다는 것이다. ... 정세는 절대로 되풀이되지 않는다. 변수가 생기는 순간 그림은 이미 달라져 있다. 그 순간 세력 관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 정확한 시간에 어느 곳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세 번째, 이것은 특히 강조해둘 만한데, 속도와 리듬이다. 싸우는 이라면 무엇보다 속도와 리듬을 탈 줄 알아야 한다. ... 평소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에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고 유리한 세력 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지점에서 세력 관계가 무너지는 고리가 생긴다. ... 시간은 긴 것 같지만 잘게 쪼개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사실 시간은 훨씬 더 복잡한 구도 속에서 중첩되며, 지속 기간에 따라 장기 시간, 중기 시간, 단기 시간으로 구별 될 수 있다. 또 그것이 겹치면서 리듬이 생겨난다. ... 지금의 시간과 중첩되어 있는 또 다른 시간을 볼 줄 아는 이는 드물다. 지속 기간이 긴 시간을 읽으려면 '구조'라는 관점을 지녀야 하는데, 이 관점이 취약하면 단기 시간을 늘어놓은 것에 멈출 뿐 긴 시간을 읽지 못한다. 시간의 중첩과 그 속에서 리듬이라는 문제를 고민한 대표적 인물이 마르크스이다. 하나의 시간만을 가지고 있으면서 리듬을 읽어내는 눈까지 부족하면 정세에 개입하기는 힘들 수밖에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것은 세력 관계를 분석하고, 자기 방식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는 방법을 그의 사유를 통해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마르크스에게서 '무엇'보다 '어떻게'를 배우는 길이다.'


'왜 나는 타인의 해방을 위한 조건이 못 되는가? 왜 타인은 나의 해방을 위한 조건이 못 되는가? 이유는 몇 가지 있을 수 있어요. 이를 세가지로 보자면, 우선 나 자신으로부터 미루어 생각해보면 첫 번째가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를 들 수 있습니다. 나와 나 자신,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나와 구조라는 것과의 관계. 나의 외부에 있는 것, 그것은 국가나 자본주의 또는 사회과학의 대상이 되는 어떤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세 번째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 나와 타자입니다.'


'모든 텍스트는 항상 개방성과 가능성에 열려 있습니다. 다시 읽어보면 내가 그전까지 알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똑같은 텍스트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텍스트는 살아서 움직입니다. 그러니까 헤겔식의 자기 운동을 하는 개념을 모든 텍스트에 적용해볼 수 있어요. 그 개념을 분열시키고 흔들면 텍스트가 갑자기 살아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요. 텍스트의 폭발적 힘이 자신의 사유의 희열, 사유의 기쁨과 만나면 그때 지식이 탄생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니이체의  책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이후에 맛보는 읽기가 아니 이해가 쉽지 않았던 책입니다. 사실 정확히 저자가 책을 쓴 이유가 파악이 되지 않았던 책입니다. 나름 책의 의미를 찾으려 위에 글을 적어보기는 했지만,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환상은 여전히 환상으로만 남아있게 된 듯 합니다.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은 읽었지만 나의 읽음이 빙산의 일각에 머물고 있다는...


건방진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글을 쓴 의도가 무엇일까? 하는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책인지, 혹은 마르크스의 사고방식의 독자화, 즉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를 알려 널리 보편화를 위한 것인지 등... 사실 개인적으로 마르크스의 말하려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는 마르크스가 철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결과의 집착이라는 비약에 이르게 되기까지 합니다. 어찌보면 수단과 방법이 목적의 당위성을 넘어서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해결의 시발점은 '어떻게'라기 보다는 '왜'라는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생산양식, 노동과 노동력, 자본의 축적, 비 대칭성 등의 알듯 말듯 한 많은 내용이 나오지만, 마르크스가 생각하는 원인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불편함'이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그 불편함은 문화에서 나올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고, 생산수단의 점유의 문제에서 나올 수도 있을테고, 혹은 노동력의 댓가의 형평성에서 비롯될 수도, 미성년자의 노동력 취취에서도... '불편함'이라는 Problem을 가시화작업, 즉 위에 나열한 내용들을 Question화 하여 Answer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일까요? 'Problem, Question, Answer' 저자는 아마도 'Answer'라고 생각을 한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Question'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르크스도 여러가지 경험과 사고를 기반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Question인듯 싶기도 하구요. 왜냐하면 'Answer'의 방식은 저자의 말과 같이 시간과 장소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변화하고 변화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답은 말과 같이 불변이 아니기에 그렇다 저렇다를 평할 수는 없구요.


 놀라운 것은 마르크스의 사고의 부분이었습니다. 그 나이에 그 시대에 미래를 변혁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 그래서 자본론 자본론 하는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범인이 접근할 수 없는 놀라운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깐 생각을 바꾸니 마르크스 보단 엥겔스야 말로 대단한 위인이라는 생각에 미치기도 합니다. '世有伯樂然後有千里馬' 어쩌면 세상에 마르크스를 있게 만든 장본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정세와 세력 관계 분석, 개입할 지점, 속도와 리듬' 싸움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3가지라는 것입니다. 어디 이것이 단순히 싸움에 국한 시킬 수 있겠습니까? 인간사 어느 부분에도 통하지 않을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분석에 있어서 나를 해방하거나 타인을 해방할 수 있는 3가지 요소를 넣으면 아주 좋은 분석이 될 듯 합니다. 나를 알고 나를 둘러 싸고 있는 구조를 파악하며, 나와 관계된 관계를 파악하면, 이로부터 개입할 지점을 알 수 있을 듯 하며, 이를 기반으로 추진전략을 만들어 낸다면... '와우'를 외치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텍스트의 개방성과 가능성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도 깊은 공감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마르크스의 텍스트에 대해서 개방성과 가능성에 대해 정작 마르크스는 어떻게 생각을 할지는 자뭇 궁금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텍스트를 통한 비롯됨이라는 것은 언제나 경험하는 부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책에 있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렇습니다. 내용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는 것입니다. 연구를 한 내용을 발표하는 논문이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는 마르크스의 전변의 확대에는 실패가 아주 크게 예상되며, 그에 대한 이후의 접근도 어렵게 만든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자의 눈 높이가 아닌 범인 눈 높이로 쓰여져, 범인이 이를 기반으로 저자의 수준의 도약을 위한 기초로의 책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지식의 축적이 꼭 바닥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바닥에 지식을 쌓았다면 그 후대는 바닥이 아닌 무릎에서 혹은 허리쯤에서 시작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빨리 정착이 되었으면 합니다.  


책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의 진한 내음이 필요하시분이 있다면 도전을 해서 개인적으로 이해의 양이 부족한 저에게 좀 지식을 나눠주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GRIT (그릿)을 읽고 한마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