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제발 ADHD가 맞기를' 바라면서 병원을 방문했던 사람들

by 채성준


검사결과가 제발, 제발 ADHD면 좋겠다...



ADHD 커뮤니티 '집중맞은 도둑력'과 그 외에 수많은 곳에서 ADHD 당사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에겐 자신이 ADHD라는 사실이 상처가 됩니다.

그런데 또 어떤 분들은 'ADHD 진단을 받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합니다.


왜 대체 자신이 ADHD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ADHD도 아니면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막막했습니다."


제가 만난 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ADHD도 아니면 진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난 도대체 왜 이러지?'



군복무 중 우연히 친구에게 '너도 ADHD같다'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간부에게는 공부한다고 뻥치고 연등(군대에서의 야자같은 것)을 한다고 하고

컴퓨터로 달려가 ADHD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나오더군요.

ADHD의 대표적인 증상
-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함
- 밥먹듯이 지각함 (또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함)
-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함
- 하기 싫은 것은 절대 하지 못함.
- 과몰입


네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수많은 글에서 'ADHD'라는 부분만 제 이름으로 바꾸면 모든 것이 다 설명되었습니다.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뭔소리야?" 제가 자주 듣던(지금도 듣는) 이야기입니다.

국어 비문학 문제를 풀면 글의 내용보다 조사 하나에 빠져서 글을 못읽었습니다.

(예전에는 난독증인 줄 알았습니다.)

맨날 지각해서 별명은 '채또늦(채성준 또 늦는다)'이었고, 뭐 하나도 끝까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많은 ADHD가 그렇습니다. 진단 받고 이렇게들 이야기합니다.


"제가 ADHD라서 너무 다행이에요."


그럴 수밖에요.

ADHD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수없이 많이 듣습니다.


그렇게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스스로도 자책합니다.

실수하고, 지각하고,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까요.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난 왜 이렇게 게으를까?'
'또 같은 실수를 했네. 진짜 멍청하다. 나 진짜 왜이러지?'
'왜 나는 사람들과 다르게 이것도 못하지?'


머릿속에는 물음표와 자책이 늘어납니다.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을, 타인에게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다 한 줄기 빛을 찾습니다.

웃기게도 그 빛은 'ADHD라는 이름의 정신 질환 진단 받기'입니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갑니다.

CAT, 뇌파... 이상한 검사들을 합니다.

검사 결과를 들고 의사 선생님과 면담을 합니다.


마침내 어릴 때 상장을 받는 마음으로 진단명 하나를 가지고 병원에서 나옵니다.


"그래요, 환자분은 ADHD인 것 같아요. 약을 먹어보죠."


이 한 마디가 구원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수많은 '왜?'에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아, 이제 나를 설명할 수 있구나. 나는 ADHD니까, 이제 ADHD에 대해서 알아가면 되는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위로는 이것이라고 합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괜찮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겠구나.'





ADHD를 가진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ADHD에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ADHD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 사회와 같이 세분화된 일정, 시간을 딱 맞추기, 멀티태스킹, 그리고 숏폼과 같은 자극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ADHD는 버티기가 너무 힘듭니다.


사냥이 천직인 사람한테 농사를 지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삶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함께 살아야하고 살아남아야 하니 사회에 적응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가 붙여준 ADHD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갑니다.

그렇게라도 하면 조금 더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요.


이제 약을 먹고, 여러 스킬도 배우고, ADHD 관련 서비스도 받으면서 더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책을 멈추게 해준, 자신에 대한 수많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준,

그리고 ADHD 코치와 창업의 꿈을 가지게 해준 나의 ADHD.





'ADHD'라서 다행입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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