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남은 질문 한 가지
읽기 쉬운 요약
[생각 1] ADHD 자체가 문제다. '극복'해야 한다.
[생각 2] ADHD를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ADHD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생각 3]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결론] 'ADHD를 가지고도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ADHD를 가지고 어떻게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ADHD를 도메인으로 예비창업팀을 꾸리고, ADHD 코치로서의 길을 걸어가면서
하나의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ADHD를 가지고도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어설픈 억지 행복을 추구하지도, 비관주의에 빠지지도 않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ADHD 당사자로서 남들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제 머릿 속 가장 큰 물음표는 'ADHD와, 그리고 ADHD를 가지고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ADHD를 진단받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인가 분명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생각 1]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ADHD는 'DSM-5(정신질환 진단및통계 메뉴얼)'에도 수록된 '정신질환'입니다.
그렇다면 ADHD가 문제인 게 분명합니다.
산만하고, 지각하고, 미루고, 시간을 못 지키고, 게으르고, 감정 변화도 큽니다.
그래서 약을 먹고 상담을 받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문제'를 고치기 위해 책도 읽고 영상도 찾아보며 공부합니다.
약을 먹는 초반에는 모든 게 다 해결될 것 같았습니다. 청소를 하고, 의지력도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상담을 받으며 점점 좋아지는 것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계속 머릿속 물음표가 늘어만 갑니다.
[질문 1] 어디까지가 ADHD이고 어디까지 '나'지?
[질문 2] ADHD 약을 먹는데도 왜 그대로 바뀌지 않는 ADHD 특성들이 여전히 많은 거지?
[질문 3] ADHD가 문제라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ADHD 유전자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거지?
...
'아,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뭔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ADHD가 문제가 아니고 ADHD를 문제라고 하는 사회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 2]로 넘어갑니다.
ADHD는 농경사회의 '사냥꾼'입니다.
그렇다면 ADHD는 사실 '장애'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특성'이지 않을까요?
장애를 낙인찍는 사회에서 장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ADHD의 특성을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글러먹은 것입니다.
결론에 도달합니다.
현대사회가 문제이다.
ADHD라는 장애는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ADHD는 사실 '문제'가 아니다.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내가 문제가 아니고 사회가 잘못된 거야.'
그런데 또다시 문제에 부딪힙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당장 돈을 벌고,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지내야 합니다.
한참을 그렇게 고민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최근들어, 머릿속 수많은 물음표들이 하나둘 느낌표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ADHD도, 그것을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사실 이 모든 일들은... 슬프고 기쁘게도, 그리고 놀랍게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누구를 탓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결국 한 번도 서로 체온을 나누며 인사를 한 적이 없었네" - 서울, 쏜애플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려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우리에겐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상황일 뿐입니다.
이제야 수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ADHD와 사이좋게 지내기>를 연구하는 에드워드 할로웰 박사,
<STARMIND ADHD 코칭>을 한국에서 개척하고 있는 유정민 코치,
그리고 무엇보다
ADHD와,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ADHD 당사자들.
우리는 단지 서로 사랑하기 어려워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저도 이제 같이 고민하고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ADHD와 함께 잘 살아가는 법을,
ADHD를 가지고도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법을.
그래서 지금 머릿속 물음표는 커다란 하나입니다.
'ADHD를 가지고도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추신.
ADHD를 가진 당신에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 ADHD인 당신에게
함께 고민하며 살아가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ADHD를 가지고 있는 당신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ADHD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만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래서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 누구만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비단 ADHD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하고 있으니까요.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우리의 최선은 각자의 삶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