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주의력결핍'이 아니다

미친듯이 몰입하는 '주의력 결핍 장애', 그리고 과잉행동 사람들

by 채성준


<ADHD를 위한 요약>

ADHD는 '주의력 결핍'이라는 이름과 달리, 관심 있는 일에 초인적으로 몰입하는 '주의력 과잉'에 가까운 특성입니다. 이러한 기질이 '장애'로 불리는 이유는 멀티태스킹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 시스템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ADHD를 가진 개인의 노력과 함께, 사회 또한 이들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는 '신경다양성' 관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이 이름은 ADHD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높은 확률로 그렇습니다.


사실 ADHD를 진단받은 사람들에게 'ADHD'는 적절하지 않은 이름입니다.

오히려 이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만 찾으면 미친듯이 몰입하고 자리도 뜨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ADHD와 함께 유쾌하게 살아가기≫의 저자는 ADHD를 이렇게 정의하기도 합니다.


HAH (고적성 고집중)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일만 찾으면 미친듯이 몰입한다는 의미입니다.


ADHD를 진단받은 사람들은 때로는 '주의력과잉 미행동' 모드가 발동하여 보통 사람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무서운 몰입을 보이기도 합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화장실도 가지 않으며, 주변 사람의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른 일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놓치면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지금의 사회 시스템에서 ADHD와 함께 살아가기는 무척 힘들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장애'라는 이름이 붙어버렸겠어요.


그래서 '겉보기엔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는 ADHD인들은 알고보면

보이지 않는 물속 다리를 바둥거리는 백조처럼 매순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 사회 시스템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환경을 ADHD에게 제공합니다.

- 정신없이 여러가지를 해내야 하는 상황

- 한 번 듣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지시

-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일을 해내야한다는 압박감

- 무엇인가에 몰입하기보다는 여러가지를 '정해진 체계'대로 해야한다는 요구


조금 과장하면, 지금의 사회는 ADHD에게 너무나 불리한 경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의력 과잉인 사람들


ADHD는 영어로 풀어쓰면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입니다.

Attention-Deficit =주의력 결핍

Hyperactivity = 과잉행동

Disorder = 장애



그러나 어떤 이들은 오히려 ADHD가 Hyper-Attention이라고 합니다.

즉, 주의력 과잉이라는 겁니다.


사실 ADHD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친듯이 몰입하고, 솔직해지면서 열정적인 사람들은 없습니다.



ADHD라는 이름에 물음표 던지기


ADHD 연구자 Curtis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부분 주의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과한 모습을 보여주는 때가 훨씬 많다."


저명한 ADHD 연구자 Hallowell 박사

'ADHD'가 아닌 'VAST(임기응변적 주의력 특성)'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ADHD라는 이름 자체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무엇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ADHD라는 말 속에 숨겨진 어떠한 의미를 알아채고, 그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ADHD = 결함'이라는 도식입니다.



ADHD라는 특성


많은 ADHD 연구자들은 ADHD를 가진 사람이 결함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경계합니다.

ADHD는 지금의 사회 시스템에서는 '장애'일 수 있지만, 사실 하나의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Hallowell 박사는 《ADHD와 사이좋게 지내기》라는 최근 저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ADHD는 장애이자 특성입니다."



이는 현대 사회 시스템에서 ADHD가 '장애'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ADHD가 결함이 아니고 하나의 '특성'이라는 점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ADHD를 가진 당사자들은 사회가 자신들을 이해해주기를 무조건적으로 바라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에서 한 명의 사람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ADHD 당사자들의 문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ADHD를 가진 사람들만의 문제도, ADHD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ADHD를 가진 사람들은 먼저 자신의 ADHD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야 합니다.


ADHD는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의 특성일 뿐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특성을 더 자세히 알고 그러한 자신과 함께 살아가기를 연습해야 합니다.


물론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해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만 하면 ADHD 탈출!", "OO먹고 ADHD 극복"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고 싶습니다. 사기다.



둘째, ADHD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다채로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사회에서는 'A는 정답이고 B는 오답'이라는 말이 너무 많아지고 있습니다.


ADHD만 있는 사회는 없습니다. 또한 비장애인만 있는 사회도 없습니다.

누군가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신경다양성'이라고 부릅니다.

ADHD와 같은 신경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신경다양인'이라고 부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신경전형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정답이 정해진 '아주 전형적인'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전형적인 것'을 '정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요?


ADHD를 '장애'로 규정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물속에서 끊임없이 발을 젓는 백조에게 "왜 우아하게 떠 있지 못하냐"고 다그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이 글을 읽고 ADHD라는 이름에 작은 물음표 하나를 던질 수 있었다면 충분합니다.

그 물음표는 '그들이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의 시스템이 문제일까?'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적어도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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