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상호연관성이 낮은" 자산에 분산투자
모든 투자의 기본은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다. 미국, 영국과 같은 금융 선진국들의 P2P금융시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이 어떻게 리스크 관리를 해왔는지 알 수 있다. 전세계 P2P금융을 분석해 온 HJCO Capital Partners 의 보고서에 따르면, P2P금융은 대출 대상에 따라 개인, 소상공인, 부동산의 3가지로 분류되며, 미국과 영국 모두에서 개인신용대출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 개인: 60%, 소상공인: 35%, 부동산: 5% (2014년말 기준)
[영국] 개인: 40%, 소상공인: 35%, 부동산: 25% (2015년말 기준)
이처럼 개인신용대출이 P2P금융시장의 주가 되어온 이유는 "다수"의 "상호연관성이 낮은" 자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의 2가지 기본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다수의 자산에 분산투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투자의 기본이다. 100만원을 1개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100개의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리스크가 낮다. 이에 대한 분석은 다음 포스트에서 본격적인 통계적 접근으로 다뤄보기로 한다.
2) 상호연관성이 낮은 자산에 분산투자
리스크를 논할 때 투자 자산 간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분석 없이 다수 분산투자만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의미한 분산"이 되려면 투자 자산 간에 연관성(correlation)이 낮아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환경의 변화가 생겼을 때 자산A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자산B의 가치 역시 하락한다면 이 두 자산 간의 연관성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로 아래 표를 살펴보면, 미국 주가(US Stocks)와 부동산 가격(Real Estate)의 연관성 지표는 0.82 인 반면, 미국 주가와 개인신용대출(Personal Credit)의 연관성 지표는 0.19 에 불과하다. 즉, 미국 주가가 하락했을 때 미국 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확률은 개인신용대출의 부도율이 상승할 확률보다 4배 이상 높다. 이러한 자산 간의 연관성 지표는 국내에서도 사실상 거의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HJCO Capital Partners 의 보고서에 다르면, 렌딩클럽(LendingClub), 프로스퍼(Prosper)와 같은 미국 주요 P2P금융업체들은 개인신용대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회사들이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 동안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평균적으로 연 7.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다수"의 "상호연관성이 낮은" 개인신용대출에 분산투자하였기 때문이다.
개인대출자들은 모두가 서로 다른 직업과 소비 패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호 완벽하게 독립적이다. 따라서 개인신용대출에 분산투자하는 것 자체가 단순히 금액 면에서 뿐만 아니라 자산의 특성 면에서 유의미한 분산투자를 의미한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경기 변동과의 상호연관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다수의 부동산 PF대출에 분산하여 투자하는 경우 어떨까? 이 경우 위에서 첫번째로 언급한 다수의 자산에 분산투자는 가능하지만, 투자한 자산 모두가 부동산 시장과의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진정한 분산투자로 해석되기 어렵다. 경기 변동으로 인해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면 모든 자산이 동일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부동산 담보 대출과 부동산 PF대출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이었던 부동산 PF대출의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해보기로 한다.
금융선진국들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P2P금융이 중금리 시장의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 발아기에 있는 국내 P2P금융시장이 건전하게 성숙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상호연관성이 낮은" 자산에 유의미한 분산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