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았다. 2020년8월27일부터 세계 최초의 P2P금융업법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서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P2P금융업법)’에 규정된 투자 한도 조항으로 인해 P2P금융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꺾이거나 혹은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온투법 시행 이전에는 개인투자자 투자 한도가 1개 업체 당 기준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온투법에서는 투자 한도를 <표1>과 같이 업권 전체에 적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행령에서는 P2P업권 전체에 투자자 1인이 신용대출의 경우 5천만원까지, 부동산 대출의 경우 3천만원까지로 정해졌었지만, 지난 3월30일 감독규정 발표에서 신용대출의 경우 3천만원까지, 부동산의 경우 1천만원까지로 한도가 더욱 축소되기도 했다.
일견 산업 규모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한 부분이기는 하다. 법 시행 전에 업권을 규제하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에는 투자한도가 P2P 1개 업체 당 신용대출은 2천만원까지, 부동산 대출은 1천만원까지로 되어 있었다. 가이드라인 역시 법 시행 후 1년 유예기간 동안 적용될 ‘P2P대출 가이드라인 개정안' 에는 신용대출 1천만원, 부동산 대출 5백만원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그러나 과연 개인투자자 투자한도가 P2P금융산업 성장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다.
(출처 : The Global Alternative Finance Market Benchmarking Report by 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
<표2>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산하의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센터'에서 2020년 4월에 발간한 <세계 대체금융시장 벤치마크 리포트>에서 발췌한 ‘전세계 P2P금융의 대출자산별 금융기관 투자 현황' 그래프다. 그래프 항목에는 P2P금융 외에 기부형/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이 포함되어 있어, P2P금융 해당하는 자산에 민트색 박스로 표시를 했다.
그래프를 자세히 살펴 보자. P2P 개인신용대출(P2P/Marketplace Consumer Lending)의 경우 금융기관의 대체 투자가 전체 투자모집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7%를 개인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P2P 법인신용대출(P2P/Marketplace Business Lending) 역시 57%는 금융기관이 투자하고 있으며, 부동산 대출(P2P/Marketplace Property Lending)도 신용대출보다는 적지만 44%의 투자를 금융기관이 차지하고 있다.
P2P금융기업이 조달한 자금으로 직접 대출하는 경우 역시 개인신용대출의 경우(Balance Sheet Consumer Lending) 93%가 금융기관의 대체 투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법인신용대출(Balance Sheet Business Lending)도 절반이 넘는 68%를 금융기관이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전세계 P2P금융산업의 성장은 전통적인 금융기관이 대체투자에 참여하며 견인해 왔다. 금융기관들이 P2P금융이 취급한 대출에 대체투자를 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간접적으로 중금리대출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 등 기술 기반의 새로운 심사평가모델을 보유한 P2P금융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신용대출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참고 : https://brunch.co.kr/@sungjoonkim/30)
한국의 P2P금융산업 역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시행과 함께 이와 같은 글로벌 산업 추세에 발맞춰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P2P금융기업의 전략적인 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투법 제35조 ‘금융기관 등의 연계투자에 관한 특례'가 바로 이와 관련된 조항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여신전문금융업자 등 다양한 금융회사가 P2P금융회사가 취급한 대출에 연계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금융기관이 투자에 참여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에 대한 간접 보호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 조직이 P2P금융사의 대출 심사평가능력과 채권 운용, 내부통제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과연 개인투자자 투자 한도를 축소하면 P2P금융산업의 시장 규모가 축소될까?’ 그렇지 않다. 한국의 P2P금융산업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데 중요한 지표는 ‘P2P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가 아니라 이미 15년 간 앞서 발전한 전세계 P2P금융시장의 발전 양상이다. 오히려 전문적인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로 인해 P2P금융시장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이로 인해 하나의 안정적인 대체투자 자산으로서 인정받으며 개인 투자의 총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케임브리지 대학교 산하 ‘케임브리지 대체금융센터(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가 해마다 발간하는 <세계 대체금융시장 벤치마크 리포트>는 CCAF 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2020 리포트에는 렌딧을 포함한 4개 P2P금융기업과 2개 크라우드펀딩 등 한국 회사들의 데이터도 포함되었다. 지난 몇 년 간 전세계 P2P금융산업을 공부하기 위해 살펴보던 자료에 렌딧의 로고가 들어 있어 국내 P2P금융산업의 발전상을 객관적으로 느낄 수 있던 보고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