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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딧이 부동산 PF대출을 하지 않는 이유

기술로 금융을 혁신한다는 렌딧의 비전

2015년 3월 렌딧을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5년 6개월 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있다. 바로 “렌딧은 왜 부동산PF대출을 취급하지 않냐?”는 질문이다. 대출 규모가 커서 누적대출취급액의 규모를 단기간에 키울 수 있고, 고도의 기술력과 개발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P2P금융회사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현재 국내 대다수의 P2P금융기업이 이 분야에 진출해 있다.


그러나 부동산PF 분야는 렌딧과 같은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기존 금융회사가 하는 일을 혁신할 여지가 크지 않은 분야다. 고도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보다 부동산 및 건설 시공 등에 대한 전문성이 더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위험군의 자산으로 기존 금융권에서도 신용공여(대출) 한도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시장 경제와 연관성이 커 경기 불황이 있을 시 자산 건전성에 급속도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P2P금융업법)에서도 부동산 담보 및 부동산PF 대출 투자한도는 다른 자산의 투자한도보다 축소되었다.


렌딧이 금융의 여러 분야 중 ‘개인신용대출'을 첫번째 혁신 과제로 잡은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첫째, 기술적인 측면에서 기존 금융회사가 이루어온 레거시를 혁신할 수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개인신용대출'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중금리대출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금리대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신용도에 맞춤한 ‘적정금리'를 산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제까지 우리가 접했던 금융 서비스는 이분화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은행에서 저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신용자가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등 고금리대출을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화 구현'이 필수적이다. P2P금융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중요한 이유다.  렌딧의 창업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은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한 것이다.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해 기존 금융권의 신용평가보다 획기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모든 사람마다 개인화된 적정금리를 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5년 6개월 간 약 2200억원의 개인신용대출을 제공하며 축적한 금융 데이터를 토대로 이 신용평가모형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있다.


대출자 신용평가와 약정, 대출금 지급과 상환 관리는 물론, 투자 모집과 투자 원리금 지급 등도 모두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자동화되어 이루어진다. 모든 대출자와 투자자는 자신의 서비스 이용 현황을 개인화된 마이페이지에서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렌딧의 P2P서비스 플랫폼은 개발 인력과 서비스 운영 인력이 있을 뿐, 기존 금융산업과 같이 오프라인에서 지점을 운영하거나 고객을 대면하는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100%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차질없이 운영하기 위해서도 역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둘째,  기술 구현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손에 꼽힐 만큼 금융 데이터베이스가 잘 구축되어있는 국가라는 점이다. 한국은 2004년 카드대란을 겪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개인들의 신용 데이터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대출 현황, 카드 소비 현황 등이 체계적으로 전산화되어 있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예를들어 ‘김성준'이라는 사람이 렌딧에 개인신용대출을 신청하면, 제휴가 체결된 신용정보사(CB사)에서 김성준에 대한 약 300여 가지 이상의 금융 관련 데이터를 받는다. 렌딧의 신용평가모형은 CB사에서 받은 수 백 가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신청자의 신용정보와 금융데이터의 트렌드를 분석한다. 금융정보에 더해 사기정보공유 데이터와 직장정보, 상환정보를 추가로 반영해 신용정보만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판단한다.



셋째, 개인신용대출은 경기변동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자산이다.


이처럼 분석 가능한 데이터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 외에도 개인신용대출의 특성 자체에서 기술 회사로서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점도 있다. 바로 여러 대출 자산 중 경기 변동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예측이 가능한 분야라는 의미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의 추이를 표시한 그래프다. 실업률은 개인 대출자의 연체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실업률은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심지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도 변동이 없이 3~4% 수준을 유지했다. 최근 코로나 불황이 장기화되며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율이 치솟고 있으나,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큰 변동이 없이 관리되고 있다.



P2P금융산업이 한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발전한 미국이나 영국 시장에서는 P2P금융회사가 앞선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개인화된 신용평가를 하고, 이렇게 집행된 대출에 기존 금융회사들이 연계투자를 하며 중금리대출을 활성화 시켜왔다.


렌딧이 기술 기반의 금융 스타트업으로서 ‘개인신용대출의 문제 해결을 통한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첫번째 과제로 택한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사실 이보다 더욱 근본적인 시작은 개인적으로 국내 신용대출을 경험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에서의 사업 실패 덕분에 나 스스로 한국의 금리절벽(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의 막대한 금리 차이)과 유쾌하지 않은 온.오프라인 금융서비스를 경험했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절실하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기술에 금융을 담다.’라는 렌딧의 창업 비전은 이렇게 강력한 문제의식과 공감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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