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 2-6] 바베토 피자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고,
로마에 가면 로마의 음식을 먹어야 하는 법.
여행책에서 소개하는 맛집(이라고 적고 한국인들만 가는 곳이라고 읽는다)은 가능하면 참고하지 않는 편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여행책의 연장선). 어떤 종류의 음식을 파는지 눈으로 파악하는 정도로는 유용하지만, 막상 소개된 곳을 가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마치 한국에 온 관광객이 명동에 있는 음식점을 가는 기분이랄까. 나는 최대한 현지인들이 가는 음식점을 찾아서 음식을 먹어보는 편이다. 그래서 유럽 여행 시 음식점을 찾을 때는 여행책보다는 앱 'YELP'를 사용한다.
YELP는 맛집을 찾아주는 앱이다. 한국에서는 서비스가 안돼서 한국인들에게는 덜 알려진 서비스지만, 해외에서 음식점 정보 신뢰도만큼은 네이버 블로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YELP에 소개된 음식점에서 별 3.5개 이상이면 평균 이상이고, 별 4개 이상이면 그냥 믿고 먹으러 가면 된다. 개인마다 취향이 달라 편차가 있을 수는 있기에, 내 경우에는 별 3.5개 이상에 댓글이 10~20개 이상인 곳을 찾아가는 편이다.
검색해서 찾은 곳은 바베토 피자. 나보나 광장 근처에 있는 음식점 중 압도적으로 평이 좋았다. 설명을 보니 정통 로마 피자라고 해서 곧장 찾아갔다. 골목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해서 찾는데 조금 헤맸다. 들어가자마자 피자를 만드는 부엌 바로 앞에 있는 4인석 테이블에 한 남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대각선 빈자리에 곧장 앉을 수 있었다.
주문은 바페토 피자 (Pizza Baffetto, 10유로)와 콜라 한 잔. 앞자리에 피자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와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고개를 돌려 피자를 만드는 것을 지켜봤다. 반죽하는 사람이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반죽을 하고, 다른 한 명은 반죽 위에 재료를 뿌린다. 그리고 피자를 기다란 막대기가 달린 것을 사용해 화덕에 넣는다. 화덕의 형태는 이글루 같은 느낌이다. 화덕 입구는 안을 훤히 볼 수 있게 크게 뚫려 있어서 족히 10개 이상의 피자가 익고 있었다. 막대기도 쉽게 들어가져서 언제든 쉽게 슥슥 넣었다 뺐다할 수 있었다.
처음에 바베토 피자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바베토가 음식 재료나 특수한 브랜드 네임인 줄 알았었는데 바베토는 이 피자를 만든 분의 이름이었다. 한쪽 벽은 바베토로 도배되어 있다. 커다란 그의 그림과 유명인들이 그와 같이 찍은 사진들이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내가 여기 왔소'라는 인증샷을 찍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국에서 먹던 피자는 여러 재료가 섞여 있는 두툼하고 큼지막한 것들이었지만, 이탈리아의 피자는 한국의 피자와 전혀 다르다. 먹기 쉽게 잘 잘려 있지도 않고, 두툼하지도 않게 좋은 향을 풍기는 1.5인분 정도 양의 피자다. 무심하게 올라간 날계란을 피해서 피자를 자르려고 하지만 잘 잘리진 않았다. 맛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많이 씹히지도 않고, 풍부한 맛도 나지 않았다. 단지 화덕에서 익혀진 향이 입안을 풍족하게 해주었다. 로마의 대표적인 전통 피자지만 한 번 먹은 것에 족하고, 다음에는 안 먹을 것 같다.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이미 밖에는 15명 이상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운 좋게 빨리 먹고 나올 수 있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2층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고 난 뒤 다시 로마의 거리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