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카운터 알바부터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자산관리사 전문직까지
뉴욕 맨해튼의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한인타운 근처 뉴욕 5번가에 위치한 파네라 (Panera) 빵집에서 점심시간 12시에 주문받는 직원이 1명이다. 한창 바쁠 시간이라 다른 식당들은 직원을 최대한 동원해서 점심시간 전쟁을 치른다. 뉴욕 맨해튼은 점심시간엔 어느 식당이나 만원이다. 하지만 이 캐주얼 레스토랑은 주문받는 직원들 대신 15대의 무인 태블릿이 주문을 받는다. 스마트폰으로 주문받고 음식도 영수증에 찍힌 번호표를 보고 찾아간다. 태이크 아웃하고 싶으면 가져가기도 하고 지하에 가서 자리에 앉아 먹을 수도 있다. 태블릿 줄조차 기다리기 싫으니 점심 주문을 오피스에서 아이폰 앱으로 주문하고 테이크아웃만 바로 해간다. 기다릴 필요도 직원과 말 한마디 없이 점심이 해결된다.
반면 근처 한인 식당처럼 전통적인 식당들은 직원들과의 접촉이 평균 6번에서 8번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줄 서서 예약 리스트에 이름 올리고, 호출하고 자리에 앉고 주문받고 단계별 요리들이 나오고 물 갖다 주고 불판 갈아주고 그릇 치우고 디저트 주문받고 다시 디저트 대령하고야 계산서를 내밀 수 있다. 미국은 팁 문화가 있어 음식값의 15-20%를 이 웨이터들에게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둘이 간단하게 스파게티 먹어도 한화로 만원 이상의 팁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서비스 비용이 비싸니 웨이터들이 돈 잘 버리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뉴욕 맨해튼의 고급 스테이스 하우스나 잘 나가는 한식당의 웨이터, 웨이트리스들 중에서 억대 고연봉자도 있다. 하지만 미국 전역의 기준으로 보면 음식 산업은 제일 저임금을 지급하는 산업이다. 손님 한 명에게 6-8번씩 찾아가야 하니 한 웨이터가 풀타임으로 일해도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 노동자의 절반이 음식 서비스업에서 종사한다. 대부분 학생이거나 사회 경험이 별로 없는 비숙련 노동력이라 부르는 이런 직종들은 시간당 $7.25 (한화 $8,700원)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하루 8시간씩 20일 꼬박 일해도 $1,160 (약 한화로 140만 원)으로 미국 물가를 생각하면 극빈곤층의 삶에 해당한다.
최저 임금이 몇몇 지역에서는 예컨대 샌프란시스코는 2018년까지 최고 시간당 $15로 2배까지 오를 전망이라 레스토랑 업체들이 제일 먼저 모바일 기술로 음식 산업 일자리 자동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기 위해 최저임금제를 올리자는 사회 운동을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활동했더니 그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그들의 일자리부터 잡아먹으려 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모바일 혁명, 자동화, 로봇의 등장으로 제일 타격을 받는 계층은 저임금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산업도 감원 바람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사람이 직접 산업을 조사하고 주식, 채권에 투자하던 전통적인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일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뉴욕시에 종사하는 2015년 월스트리트 금융인 17만 명 중 10% 이상 감원되었고 (모건스탠리는 최근 450명 채권파트 포함 1,200명을 감원) 채권 트레이더 헤지펀드 종사자들이 타격을 많이 입었다. 이미 90% 이상의 주식 거래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절반 이상의 투자 자산이 사람이 투자 결정을 내리지 않는 수동적 펀드 (Passive fund)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한창 인기 있었던 자산관리사도 이제 로보 어드바이저 (robo advisor)라고 컴퓨터가 알아서 자산배분을 소비자가 원하는 원칙에 맞게 투자해준다. 예컨대 주식 70%, 채권 30%에 중간 정도 리스크를 지겠다고 하면 컴퓨터 알로리즘에 의해 20-30개 ETF 펀드에 리스크 대비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구성을 계산해서 투자해준다.
예컨대 중국 증시 급락으로 미국 한국 주식이 급강하했지만 반대로 안전자산 선호로 금은 수익률이 더 올랐다. 증시와 금을 적절히 배분해서 투자하면 리스크를 줄이는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 증시에 얼마나 금과 채권에 얼마나 배분해야 할지는 전문 투자 상담사도 쉽게 추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전문 자산관리사도 상당한 통장잔고가 있어야 상담이나 받을 수 있지 소액 투자하는 개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런 고급 금융 서비스를 수수료율 0.15%로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니 1억 원을 맡겨도 한 달에 $12 (한화 1만 5천 원)만 내면 이 서비스를 쓸 수 있다. 베터 먼트(Betterment)라는 업체는 이미 $30억 불 (한화 3조 6척 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분산 투자하고 있다. 이런 업체가 계속 늘어나면 월스트리트에서 종사하는 해고 소식은 더 많이 들릴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 세무사 같은 전문직들도 점점 단순한 일은 컴퓨터에 빼앗기고 있다. 터보 텍스(Turbotax)라고 미국인들이 개인 세금 신고할 때 제일 많이 쓰는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으로 회사에서 보내준 임금 세금 명세서를 사진을 찍으면 알아서 세금을 계산해준다. 자신의 상황과 재정상태를 입력하고 마우스로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많게는 40페이지에 이르는 세금 신고서를 작성해준다.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기려면 세무사와 약속 시간 잡고 컨설팅받고 사무실 갔다 왔다 서류 제출하려는니 돈도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 대신 소프트웨어로 집에서 뚝딱 처리한다. 세금 신고를 e-file로 인터넷으로 보내면 하루면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허가가 났는지 아니면 세무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인지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세금신고서를 프린트해서 미국 국세청에 보내면 이를 검토하기 위해 서류를 상당수 인도로 보냈다. 아웃소싱으로 된 세금 보고서를 저렴한 인도 세금 전문 회계사가 검토하여 세금 신고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나 없나 검사하여 미국으로 다시 보내면 몇 달이 걸렸다. 미국 국세청에서 미국인 회계사가 할 일이 인도로 가더니 이젠 컴퓨터가 몇 시간 만에 처리하는 것이다. 회계사 일자리는 정부 규제가 더 강해져 회계사가 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나고 있지만, 비교적 단순한 일은 소프트웨어로 대체되고 있다. 회계사가 하는 일은 이런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하지 못하는 복잡한 기업의 회계 감사 같은 더 고차원적인 일로 바뀌고 있다. 건축가도 예전에는 손으로 그리면서 했던 설계 일을 오토캐드 같은 건축 설계 소프트웨어로 더 정교하고 다양한 건축 설계를 하게 되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은행, 증권회사 입사 준비를 하고 세무사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몇 년씩 공부하는 일이 흔하다. 2014년 하반기 평균 은행 취업 경쟁률이 100대 1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준비해서 겨우 자리 잡은 내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는가? 필자가 2000년 IT버블 직전 서울에서 전기공학부 공부할 때 제일 인기 있는 학문은 통신이고 전력전자는 찬밥이었다. 학점 4.0 넘는 제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미국 스탠퍼드 등 명문 대학원으로 유학을 가서 통신 전공을 선택했더니 곧 IT버블이 터지면서 리서치 펀딩이 끊기고 교수를 잡을 수 없어 고전한 일이 많았다.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반면 전력전자는 고전력 지하철 구동하는 파워트래인이나 만들고 별 인기가 없어 한국에서 대학원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고유가로 전기차 붐이 미국에서 불면서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미국 GM에 바로 입사하는 등 인기가 치솟았다.
미국에서 사라리는 일자리들을 보며 한국에서 젊은 청년들이 자신의 목표하고 있는 자신의 미래가 정말 자신의 생각대로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있을지 잘 고민하길 바란다. 다음 편은 뉴욕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에 대해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