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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성준 Feb 25. 2016

최저임금: 월마트 vs 한국 자영업

최저임금인상 만원으로 인상시 한국 자영업 70%가 적자

한국에선 국민의 40%가 다음 세상에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기사가 떴다. 특히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이 '헬조선'이라며 너무 살기 힘들다고 최저임금을 6천 원에서 만원으로 올리자는 주장을 많이 한다. 편의점 알바에 지치고 고시원에서 통풍도 안 되는 잠자리에 등록금 대출까지 아파도 쉴 수 없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최저임금제 조차 지키지 않는 편의점 점주는 악덕  뺑덕어멈이다. 시간당 만원은 되어야 창문 달린 방에 병원도 좀 가고 허리를 좀 펴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최저임금제는 경제적 약자에게 양날의 검이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들어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오히려 일자리 자체를 빼앗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해 득실에 있어서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출처: 직설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오랜만에 한국에 와 고향 부산에 내려갔더니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경비원 최저 임금 적용으로 20년 가까이 계셨던 분들이 절반 이상 나가시고 카드 계폐 자동문으로 바뀔 예정이란 소식을 들었다. 제일 친했던 경비아저씨에게 자초지종을 들으니 20년간 일했고 집도 아파트 근처로 이사해서 걸어 다니며 계속 일하고 싶어 하셨는데 최저임금제를 경비원에게도 적용하는 법이 통과되어 임금이 갑자기 상승하게 되어 아파트 입주민들이 무인 경비 시스템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그 얼마 후 약 70%에 달하는 경비직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경제 수식으로 숙제하고 시험치 던 일자리 문제를 현실에 맞부딛쳤을 때 한방 맞은 그 충격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부산하고 서울 하고는 물가가 차이가 많이 난다. 부산에서 경비일을 하면 12시간 교대로 일해도 노동강도가 그리 크지 않고 시간당 임금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하기 적당한 직업이었다 (물론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으로 고생하신다, 하지만 다른 직업보다 상대적으로 편하기에 그분들이 그 일을 선택하셨다는 점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그래서 그 전에는 경비직은 최저임금제의 예외로 규정해 적용하지 않다가 최저임금의 얼마 이상은 적용해야 해서 갑자기 임금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아파트 관리비가 급증할 것이 뻔하니 입주민들은 경비 자동화로 대응하였다. 인천대 김동배 교수 연구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인천 지역 아파트 단지 440곳을 조사했더니 2006년 이후 아파트 단지 한 곳당 CCTV는 35% 증가했고 경비원은 7.7% 감소했다고 한다.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6565049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최저 임금은 $7.25, 한화로 8,700원이다. 한국 젊은이의 소원인 시간당 만원에 못 미친다. 헬조선과는 급이 다른 천조국이니 화끈하게 최저임금 2배 올리고 양극화를 해소해보면 어떨까? 그것도 제일 큰 기업인 월마트 고용 인원만 전 세계 220만 명 (미국은 14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기업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바로 혜택을 입지 않겠는가? 실제 월마트가 최저 임금을 $9로 올렸다. CKE 레스토랑 CEO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월마트가 최저 임금을 올리기로 한 이후 150개 점포 문을 닫고 10,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http://www.wsj.com/articles/killing-the-working-class-at-wal-mart-1454633345). 실제 워싱턴 DC에 2개 점포를 신규 오픈하려던 계획이 최저 임금 인상 계획과 함께 취소되었다고 한다. 


출처: salon.com

애플은 1인당 영업이익이 5억 원이지만 미국 대형소매점은 평균 연간 750만 원에 불과하다. 거의 남는 게 없는 장사다. 소매업, 식당 레스토랑, 여행업, 운수업 등 저임금 일자리가 서비스업의 대표적인 산업들이며 이들이 신규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만약 월마트를 포함한 미국 대형 소매업 전체에서 시간당 $7.25에서 $9로 최저임금인상시 영업이익이 38%가 줄어들어 10만 명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한다. 미국의 월마트도 휘청하는데 레스토랑, 리테일 소매점등 비숙련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하는 서비스업 경영진 입장에서 투자 축소와 한계 지점 폐쇄로 대응할 것이 눈에 보인다. 


한국은 월마트보다 편의점 업주들의 상황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 자영업자들의 90% 이상이 4인 이하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총 557만 명에 달한다.  월평균 소득이 150만 원이 되지 않는다. 3년 생존율이 40.4%에 지나지 않으며 10년 동안 100개 중 83 업체가 망한다. 전체 근로자 중 개인사업자 비중은 OECD 평균치의 2배에 가까운 27.4%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의 1/4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총 대출 519조 원을 어깨에 진 치킨집, 편의점등 영세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이다. 한계 업주들은 편의점 알바생보다 돈을 못 번다 (폐업 당시 영업이익 112만 원으로 최저 임금보다 낮음). 


출처: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56403

최저임금도 못주는 사업 뭐하러 하나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올릴 때 살아남을 수 있을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월급이 뻔한 덕선이네 집에서 보라 고시원비를 마련하려면 덕선이 가을이에게 갈 돈을 줄어야 하는 팍팍한 가계살림처럼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 자영업은 인건비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최저임금 만원으로의 인상은 한 두 사람 알바생을 쓰는 업체일지라도 개인사업자 사업체 중 70% 이상을 적자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 월마트야 워낙 크니 임금 상승을 하고도 이익이 줄어도 이익을 내지만 한국 대부분 자영업자는 문을 더 빨리 닫아야 한다 (어차피 10년 살아남을 업체는 거의 없으니 망할 업체가 더 빨리 망한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거기에서 일할 수 있었던 알바 일자리는 그냥 없어진다


저임금 노동자들을 도와주려는 시민운동가들의 노력이 이들의 일자리 자체를 사라지게 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약자를 보호하려 만든 법이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낼 때도 많다. 필자도 저임금에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으로는 최저임금 만원으로 인상안에 찬성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일자리를 잃고 어이없어하는 그 한숨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 인상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500만 명이 넘는 영세한 한국 자영업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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