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성준 Feb 25. 2016

미국, 종신 교수도  구조조정 당한다

한국 지방 사립대학 70% 문 닫고 실버타운으로 변한다. 

미국에 오래 살다 보면 참 아이러니 한 상황을 겪을 때가 종종 있다. 몇 년 전 뉴저지 주립대 럿거스 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할 때의 일이다. 신입 교수를 뽑는데 한 머리가 희끗희끗한 종신교수(테뉴어)를  인터뷰했다. 30대 조교수가 종신교수를 채용 인터뷰를 하나디... 종신교수 말 그대로 평생 누구도 나가라 할 수 없는  평생직장이다. 자기 발로 그만두고 나오지 않는 이상 종신교수는  평생직장이 보장된다. 그러나 단 예외가 하나 있다. 그가 속한 학과가 없어졌을 때이다. 미국 학교들은 경쟁력을 위해서 구조조정도 불사한다. 2009년 금융위기 위기 이후 주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학교 재정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를 구조조정한 것이다.  그분은 평생  그곳에 살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학과가 없어져 다른 학교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게 되었다며 그동안 어떤 연구를 해왔는지 설명하며 필자와의 구직 인터뷰를 마쳤다. 

출처: https://www.tuition.io/blog/2013/06/did-your-college-close-you-may-be-able-to-cancel-student-loa

한국은 대학 교수면 중간에 승진이 안되어 자리를 옮기는 일이 드물거니와 정교수가 되면  평생직장이라  구조조정당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래는 그렇지 않다. 고등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고 대학 정원이 크게 줄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수가 현재 63만 명에서 2023년 40만 명으로 36.5%가 줄어든다. 이런 전망이 신문에 나가고 뉴스에 나오지만 어느 정도 심각한 지 다들 감이 안 오는 것 같다. 

출처: http://news.donga.com/3/all/20140129/60468753/1

일본의 경우도 우리나라처럼 고등학생수가 격감하여 이미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30%에서 50%로 늘어나 대학 가는 비율이 60% 이상 늘어나 고등학생 수 감소의 쓰나미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고 대학 경비의 70-80%를 등록금과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상황이니 그 변화의 크기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일본의 경우 고등학생들이 줄어 가장 타격을 입은 학교들이 지방 사립대들이다. 학생들이 지방보다 도시를 선호하고 국립대는 정부 재정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의 대학가 앞으로 4-5년 뒤면 어떻게 될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물론 이 예측치는 필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개인적인 견해다).  


일단 지방 사립대들은 정원이 20-30%도 못 채워 폐교하는 학교가 70%가 넘고 학교가 문을 닫아  전임강사뿐만 아니라 정년이 보장되었던 정교수까지  구조조정될 것이다. 시간강사들은 강의 자리가 1/4 이하로 준다. 지방에서 학교가 문을 닫아 상경한 다른 시간강사들과 줄어든 강의 자리를 두고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비정규직이라 학생수 감소의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들은 신규 교수 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고 조교수들의 무더기 재임용 탈락으로 학교를 대상으로 고소하는 사건도 빈발한다. 서울에 위치한 학교들의 학생들의 입학 성적은 눈에 띄게  낮아지지만 그래도 정원을 이 정도 유지하는 게 어딘가 하며 위로한다. 지방 대도시에 위치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있는 지방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어 외국인 학생이 절반이 넘어서는 학교들이 급증한다. 


반면 지방 중소도시들은 학생들이 급감하니 학교 주위의 식당들도 폐업이 속출하고 원룸촌들은 은행에 경매에 넘어가고 거리엔 사람이 없는 유령도시처럼 된다. 텅 빈 학교를 늘어가는데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재정 투입해서 살리려 해도 어려운 대학교들이 한 두 곳이 아니라 도저히 감당이 안되고 학교들이 비영리 기관이라 수익사업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텅 빈 학교들은 폐교 후 몇 년간 학교 토지 매각을 추진하지만 지지부진하여 10년 후 그나마 교통이 좋은 학교들은 노년층을 위한 실버타운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서울의 학교들도 정원을 줄이다 아애 지방 캠퍼스를 폐쇄하고 아파트 건설업체에 학교 부지를 매각한다. 


지금부터 출산율을 올려도 대학 입학까지는 20년이 걸린다. 대입 학생수를 늘리는 유일한 길은 해외 유학생  유치밖에 없다. 호주는 유학생 비율이 25%가 넘고  교육산업이 광산 산업에 이어 제 2의 수출산업이다. 연 한화로 18조 원에 이르는 교육 서비스 수출이  교육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대학 정원을 유지하려면 연 10만 명 이상의 유학생을 추가로 유치해야 한다.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수는 10년간 3만 2천 명에서 6만 명이 늘어나 이제 1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보다 매년 10배씩 유치해야 대학들이 현상유지를 할 정도다. 외국인 유학생수를 극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 비자를 발급하고 몇 년간 일한 후 영주권을 주는 것이다. 캐나다의 유학생 급증의 비결 중 하나가 졸업 후 일자리를 찾으면 자동적으로 3년간은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고 이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이런 변화 이후로 특히 일자리를 찾는 인도 출신의 유학생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출처: Economist.com, "Brains without borders", 1/30/2016

한국 체류 외국인수는 총 180만 명으로 연 9.3%씩 성장하고 있다. 연간 16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대학들이 현상 유지하기 위한 10만 명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조선족 이민 이야기도 꺼내기 힘든 현실에 꿈같은 방 안으로 보인다. 언어적 장벽에 타민족에게 배타적인 국민 정서, 외국인 고용 차별, 외국인 자녀 학교 교육 시설 부족 등 이민자에게 한국은 너무 가혹한 나라이다. 그래서 우려스럽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학들이 실버타운화 되는 우울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연봉이 400배가 뛴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