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이전의 자유와 수도권 집중화가 경제발전의 원동력
누구나 돈을 더 많이 벌기를 원한다. 같은 시간 일을 하고도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노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일단 어디에서 일하냐 만큼 큰 변수는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월스트리트에서 몇십억을 버는 사람도 아프리카에 은행 산업 자체가 변변치 않은 곳에 가면 할 일이 없어진다. 반대로 인도에서 월 15만 원도 못 벌던 사람이 미국에 오면 최소한 2만 불 (한화 2,400만 원)은 벌 수 있다. 필자가 전공한 계량 마케팅에는 특히 인도 출신 교수님들이 많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학 오기 전에 믿기 힘들지만 대학 졸업 후 월 5만 원을 벌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경영학 교육받고 대학교수님으로 변신하니 금융 전공이나 회계학은 연봉이 20만 불 (한화로 2억 4천만 원)을 넘게 받으니 연봉이 400배가 뛴 것이다. 멕시코에서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넘어오는 이유,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넘어가는 경제적 목적의 불법이든 합법적 이민에서 경제적 이유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다. 전문가들이 추산하기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민할 경우 3-5배 정도 임금이 상승한다고 한다 (Michael Clements,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세계 경제가 성장을 이끌던 중국 엔진이 힘이 빠지고 저성장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경제 성장을 크게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노동 이동의 자유화이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Economist 지에 따르면 만약 모든 사람이 자기가 일하고 싶은 나라에 마음대로 가서 일할 수 있다면 세계 GDP가 2배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노동력의 이동이 자유롭다면 저임금 국가에서 고임금 국가로 사람들이 옮겨가면 자원이 더 효율적으로 분배되어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일자리가 없는 나라에서 놀고 있는 젊은이가 일자리가 부족한 나라로 이민 가서 일하면 경제가 그만큼 성장한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인도 젊은이들 중 30%에 가까운 이들이 일도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족 (NEETs)에 속한다. 독일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이면에는 인도적인 동기도 있지만 유럽 내 최저 수준인 저출산으로 앞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이민으로 해결하려는 동기가 크다. 하지만 중동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테러가 발생하자 유럽 내에서의 이동조차 제한하려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좀 현실적인 대안은 한 나라 안에서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정책이다. 한국에서는 거주의 자유가 너무나 당연하기에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았겠지만, 중국 인도를 포함한 세계의 80%의 나라들이 시골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을 막거나 제한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후커우라고 한국의 주민등록 같은 제도가 있는데, 내가 태어난 지역이 한번 정해지면 후커우를 정부의 허가 없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다른 도시로 마음대로 이주하면 2등 국민이 된다. 예컨대 중국 서부 시골에서 태어나 상하이에서 일하면 애들이 공립학교에 갈 수도 공공 의료 서비스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고향에 두고 부모만 도시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으며 돈을 많이 벌면 애들을 사립학교로 보내기도 한다. 이들은 얼만전만 해도 핸드폰을 후불식으로 가입할 수도 없었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도 없다. 그래서 베이징, 상하이 후커우를 가진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더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제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후커우로 고통받는 중국인들이 약 전체 인구의 18%에 이른다. 한국에서 헬조선이라고 금수저 흙수저로 신분 계급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다고 자조하는데 중국은 실제로 5명 중 한 명은 후커우로 2등 국민으로 차별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불법체류자가 1,100만에 이르러 전체 인구의 3%에 이르며 한국인들도 23만 명이라 의료혜택 및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저임금 일자리에 힘든 삶을 꾸려가고 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경제학자들이 보는 견해 중 하나는 시골에서 대거 도시로 이주한 한국 내에서 지역 간의 자유로운 노동력 이동에 있다고 한다. 젊은 여자들은 시골에서 농사짓다가 도시의 공장에 취직해서 여공으로 남자들도 기술을 배워 중화학 공업 성장과 함께 울산으로 조선소, 자동차 공장 등에 취직하여 열심히 일했기에 성장했다는 것이다. 만약 노동력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다면, 예컨대 남원에서 서울로 올라오면 주민 등록을 못해 취직, 교육, 의료서비스, 대출에 차별을 받았다면 쉽게 이사를 하지 못한다. 학생이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제주에서 태어났으면 제주대학교에 가야 했다면 서울에 소재한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뽑는데 한계가 있다. 급속히 성장하는 도시들은 산업에서 필요한 노동력을 제때 제공받지 못했고, 도시에 거주 허가 있는 사람만 고용할 수 있어 임금 상승과 인력 부족난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 경제 성장을 지금처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울이 과밀화된다고 지방 발전을 통해 인구 분산 정책을 써 왔던 한국의 정책에 익숙한 우리에게 도시 인구 집중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주장을 선 듯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구 이동을 막는 정책을 취하는 80% 대부분 국가들에게 특히 중국과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게 있어 한국의 경제 개발은 대표적인 경제 성장의 롤모델이며 그 비결 중 하나가 거주 이전의 자유이다.
제헌헌법 10조 :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거주와 이전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하며 주거의 침입 또는 수색을 받지 아니한다.
건국과 함께 1948년에 대한민국 제헌 헌법에서 보장한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공기처럼 누리는 이 거주의 자유가 세계 20% 국가만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