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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an 10. 2016

초등학생의 일기쓰기 및 교사의 일기 지도에 관하여

   우리나라 초등교육을 관통하는 많은 관습이 있는데 그 중 으뜸은 ‘일기쓰기’이다. 나도 쓰기 싫은 일기를 쓰느라 정말 싫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재밌는 건 교사가 된 지금 우리반 학생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일기는 글쓰기를 연습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 또는 교사가 제시하는 주제일기를 적으며 글쓰기를 연습하고, 글씨쓰는 연습도 할 수 있다. 또한, 교사와 학생간의 대화 창구역할도 된다. 마지막으로 다들 생각하는 것처럼 하루를 반성하고 희망찬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왜 초등학생들은 일기를 써야할까? 교사들은 왜 일기를 쓰게 할까? 이 질문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일기 쓰기를 왜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좋은 일기쓰기를 선생님을 포함한 어른들은 왜 하지 않는가?   


  문제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기쓰기의 본질이 정말 개개인에게 좋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기를 쓸 것이다. 하지만 귀찮은 것이 일기쓰기의 효과성 보다 크기에 일기를 쓰지 않는다. 그런데 왜 초등학생들은 일기를 강제로 써야 하는가? 초등학생들에게 교사가 일기쓰기를 강제한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일기를 쓰지는 않는다.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유발하고 일기쓰기의 장점에 대해 끊임없이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일기 쓴 친구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은 필수다. 이런 노력이 있어야 자발적으로 일기를 쓰게 된다.  

  이런부분들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개별 교사들은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지도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을 하며 나는 첫 담임인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일기쓰는 방식이 아래와 같이 변화 했다. 


   초임인 2009년에는(6학년 담임) 1주일에 한번만 일기를 쓰게 했다. 초등학교 때 주3회 일기를 썼었는데(단편적인 기억…), 너무 귀찮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1~5학년때까지 일기를 많이 쓴 아이들은 주 1편이 너무 쉽다며 환호했고, 잘 써서 냈다. 하지만 인간의 게으름은 천성인 것인지, 나의 칭찬이 부족한 것인지 점점 써오지 않았다. 안 써왔다고 해서 따로 벌을 주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중에는 반에서 3~4명만 쓰는 수준에 그쳤다. 


   그래서 2010년에는 주 3회로 일기쓰기를 늘렸다. 2009년도에 내가 아이들을 너무 방치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 써가지고 오면 혼내고 남아서 쓰고 가는 벌을 주었다. 일기쓰기를 통해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책임감을 심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일기를 쓴다고 해서 글쓰기가 향상되는지는 의문이다. 일종의 가설이지 증명된 사실은 아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생님이 글을 쓰면 당연히 글쓰기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쓰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일기를 읽어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무엇을 했다'로 끝나는 형편없는 5~6줄 짜리 일기이다. 매일 이렇게 쓰는데 이것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해야 하나? 물론 교사가 지도하면 나아지겠지만, 그것이 이상적인 경우라면? 갈수록 고민이 깊어진다.


  2011년부터는 자유롭게 쓰기로 변경했다. 대신 써오면 상점을 갯수마다 1개씩 주었다. 내가 주1회, 3회 이렇게 정해주는 것이 2가지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기를 쓰는 입장에서 볼 때 더 많이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한선을 제시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기를 안 쓰는 입장에서 큰 고통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기다. 처음 공표 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의심’이었다. 하지만 실제 시작하고 나서, 안 써왔다고 벌을 주지 않았더니 아이들은 안심했다. 문제는 원래 기질이 성실한 아이들이 처음에는 잘 써오다가 점점 대부분의 아이들이 일기를 써오지 않자, 일기 쓰는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써오지 않는 것이었다. 또래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이들 입장에서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내가 제시하는 편당 +1의 상점은 아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는지 효과가 없었다. 그때 실감했다. 아이들은 절대 ‘선’하지 않다. 루소의 철학이 맞는 부분이 있지만 틀린 부분도 있다.


  2013년 부터는 내가 에버노트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 스스로가 일기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일기를 쓰니 하루가 반성되기도 하고, 내일을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도 되었다. 실제로 내 글쓰기가 향상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2013년에는 모든 아이들이 매일 일기를 쓰게 했다. 나 같은 경험으르 해보길 기대한 것이다. 역시나 처음에는 잘 써온다. 하지만 1달정도가 지나면 아이들이 꾀를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 둘 써오지 않다보면 아이들은 점점 안 써온다. 선생님을 ‘시험’에 빠지게 한다. 주기도문에 나오는 ‘신이시여, 저를 악마로부터 시험에 빠져들게 하지 마시옵소서’처럼 교사도 '일기 안 써오는 아이들을 어떻게 혼내야 되나, 남겨야 하나’하는 시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결국 2015년에는 학기초에 내가 에버노트에 쓴 3년치 일기들을 보여주며 일기를 쓰고나면 무엇이 좋은지 좋은 점을 알려주며 동기 자극을 하였다. 그리고 1주일에 3편이상 무조건 쓰고, 일기를 정해진 요일에 내지 않으면 남아서 쓰고 가는 것으로 일기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아이들이 낸 일기는 읽어보고 작은 코멘트를 달아준다. 담임교사와 학생간의 소통의 창구다. 


  결국 8년 동안 담임을 하다보니 일기쓰기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아예 쓰지 않을가도 생각했지만 나에게 그정도로 관습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는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글쓰기 숙제를 별도로 내는 것보다는 일기쓰기를 글쓰기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래서 주 2회정도 ‘주제일기’를 내준다. 그러면 아이들도 그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일기를 써 온다. 또한 가끔은 학생들의 전체적인 생각이 궁금할 때 주제일기로 그런 주제를 준다. ‘짝궁을 바꾸는 방법’, ‘점프밴드 대회 하고난 소감’, ‘학예회 주제’ 등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알고 싶을 때 일기를 쓰게 한다. 



  초등교사에게 ‘일기 지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일기 쓰기를 어떤 방법으로, 언제 검사하고, 코멘트는 얼마나 써줄지, 안 써오는 학생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하여 철저히 고민하고 학급운영 하는 교사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교사들 스스로가 일기를 쓰는 것이다.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것을 학생들에게 지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약 일기 쓰기가 자신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일기쓰기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일기 쓰기의 필요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필요하다. 교사 스스로가 깊은 고민을 한다면 예전에 나처럼 쉬는시간 화장실에 몰래가서 일기쓰는 사례가 없어지고 자발적으로 일기를 써오는 긍정적인 사례들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변화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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