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우리 학급 사례를 보며...
일반 사람들은 장애인을 무엇 때문에 도와줄까? 동정심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동정심은 왜 생기는 것일까? 불쌍하니까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나는 이것이 우리 안에 있는 일종의 ‘우월의식’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이 나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도와주어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을 입증하는 사례로 3년 전 우리 학급의 사례를 들고 싶다.
우리 반에 장애판정으로 통합학급 해당 학생이 2명 있었다. 아스퍼거 증후군과 뇌병변이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일종의 발달장애로 지적인 능력(암기력)은 뛰어나나 성격장애가 있어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반에 있던 그 친구는 시험을 보면 90~100점을 받는다. 그런데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친구와 싸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기가 다른 친구로부터 부당한 대우(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정상적인 범주인)를 받았을 경우 그것을 참지 못하고 무조건 복수를 하려고 한다. 욕을 하기도 하고, 침을 뱉기도 하며, 물건을 던지면서 자기 분을 풀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이 친구가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이해의 폭을 넓혀 달라고 해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 친구를 싫어한다. 그런데 우리 반에 또 다른 '장애'를 가진 친구는 뇌병변이 있어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제대로 말도 못 하고 항상 휠체어 위에만 있는다. 우리 반 친구들은 이 친구에게는 잘해준다.
이 둘의 상황에서 반추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동정심은 '나보다 겉보기에 못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경우'에 생긴다는 것이다. 둘 다 장애가 있지만 전자는 나보다 지적으로 우수하고 신체적으로 불쌍한 것이 전혀 없는 장애이다 보니 불쌍히 여기지 않는 것이고, 후자는 겉보기에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부족하기에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측은지심’.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정녕 이타적인가? 나보다 상대방의 상황이 좋지 못하기에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 아닌가? 나보다 잘난, 더 환경이 좋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기꺼이 도와주겠는가? 결국 '동정심은 현재의 나의 정상적인 상황을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상대를 확인하고 안도하는, 그래서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본다. 진짜 순수하게 그냥 불쌍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에 의심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