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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ul 06. 2019

우리나라 성교육에서 애써 외면하는 2가지

쾌감과 피임

1. 들어가며


  올해 우리 반 애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체육 시간과 창체 시간을 이용해 애들에게 나름 열심히 교육을 하고 있다. 기존에 만들어진 보건 교과서를 보며 교재 연구를 하고 자료도 수집 중이다.


  그런데  현재 6학년 보건 교재에서 애써 외면하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섹스에 따른 쾌감', 다른 하나는 구체적인 '피임법'이다.



2. 쾌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성교육 


 성교육에서 제일 핵심 질문은 "아기는 왜 생겨요?"이다. 그러면 보통의 성교육 교재에는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만나서 생긴다고 나온다. 그런데 그런 건 초등학교 1, 2학년들도 다 안다. 그다음에 이어지는 질문이 중요하다.


  "그런데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어떻게 만나요?"  


  올챙이처럼 생긴 정자랑 동그란 난자가 만나서 아기가 생기는 건 아는데 도대체 그 둘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되는지가 궁금하다. 정답은 '섹스'라는 행위를 해서다. 그런데 섹스가 무엇인지 성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어디를 봐도 나오지 않는다. 그 행위에 대한 그림, 사진도 없다. 부끄럽고 민망하니까 애써 외면하는 거다. '남자의 발기된 성기가 여자의 성기에 삽입돼서 피스톤 행위를 통해 남자가 사정을 하게 되면 여자와 만나게 되는 거야.'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야기해주고 그림이나 사진을 보여줘야 되는데 그런 내용이 없다. 실제로 보건 교재와 체육 책에 글씨나 사진으로 하나도 나와있지 않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더 핵심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섹스는 왜 해요?"


  도대체 남자와 여자는 성관계를 왜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애들이 교사에게 이런 질문을 잘하지도 않지만, 이런 질문을 교사가 받으면 대답하기 난감하다. 생각만 해도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리지 않는가? 그런데 정답은 간단하다.


  "좋으니까!!"


   즉, '성적 쾌감'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 어디서도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적 쾌감에 대해 인정하고 이야기하며 '자위행위'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성폭행의 나쁨'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나의 쾌감을 위해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 성폭행하는 행위는 매우 나쁜 행위임을 분명히 해주어야 한다. 이건 남자를 위한 교육이다. 그래야 애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성폭행은 나쁜 행위임을 깨닫는다. 그런데 현재 성교육은 어떠냐면, 여자애들한테 '싫어요!! 하지 마세요!!' 이런 말을 하라고 가르친다. 성폭행하려는 남자들이 문제있은 건데 여자들이 그렇게 거칠게 방어를 해야 성폭행당하지 않는 것이라 교육한다. 그러면 여자애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여자아이들 탓인가? 


  여학생들에게 방어적인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남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교육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의 쾌감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내가 쾌감을 얻고 싶으면 '자위행위'를 통해 나 혼자 해결하든 상대방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고 섹스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한다. 


3. 구체적인 피임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성교육  


   두 번째 이야기는 '피임'이다. 내가 이번에 보건 교재를 보며 코웃음 쳤던 부분은 아이가 생기면 여성의 배속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내용이다. 생명의 소중함과 태아의 성장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번지수가 한참 틀렸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태아의 성장 과정이 아니라 피임이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학생들은 아기가 생기면 엄마 배속에서 10개월 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나는지 알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학생일 때 아기가 배속에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환경에서 10대 미혼모의 처지를 알고 하는 이야기인가? 

  즉, 학생들은 아이가 생기면 안 된다. 그러니까 피임법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피임하는 방법에는 남자가 하는 방법이 있고, 여자가 하는 방법이 있는데 학생 시절에 여성이 피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남학생들이 콘돔을 구입해서 자신의 성기에 제대로 씌우고 관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콘돔은 어디서 구입하나요?"  

  나도 중학생 때 이 내용이 제일 궁금했다. '콘돔은 어디서 사지?' 제일 처음 콘돔 산 건 지하철 자판기였다. 500원짜리 콘돔. 

  교재에 보면 약국에서 사라고 한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남학생이 미쳤다고 약국 가서 콘돔을 사나? 그렇게 보는 사람 눈이 많은데 누가 약국에서 사겠는가. 현실적으로 편의점에 가서 사면 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보건 교재에서도 학교 선생님들도 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콘돔을 사서 어떻게 남자의 성기에 씌우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콘돔 사용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반대로 잘못 씌울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남학생들에게 성교육 시간에 콘돔 하나식 주고, 모형 성기에다가 콘돔을 직접 씌워보게 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서에서 이게 가능할까? 내가 수업시간에 직접 하려다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접었다. 하지만 성교육은 정말 이런 게 필요하다.   

  그러면서 여학생들에게는 성관계를 하려는 남자가 '콘돔'을 거부하면 당신도 성관계를 거부하라고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임신과 출산의 어려움은 여자한테 있지 않은가.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에게 피임 방법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원하지 않는 임신을 대비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현재 보건 교재에 있는 엄마 배속에서 10개월 동안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는 임신을 앞둔 예비 엄마들에게나 필요한 교육 자료다. 초중고 학생들에게는 생물시간에나 필요하지 성교육 시간에 우선순위로 가르칠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 나오며 


  이 글은 수업 반성 일기를 쓰다가 답답한 마음에 쓰게 되었다. 20년 전 내가 초중고 시절 받았던 성교육이나 지금 성교육이나 달라진 게 없다. 성교육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돌려 돌려 이야기하니, 애들이 야동을 보며 답을 찾는 거다. 야동은 적나라하고 솔직해서 답이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런데 야동이 얼마나 성적으로 왜곡되어 있는가? 남성 우월적 시각에서 여자를 도구화, 성상품화시키는 대표적인 영상물 아닌가. 그러니 성교육할 때 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좋겠다. 

  위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핵심, '쾌감', '피임' 이 두 가지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여태까지 이 두 가지를 알려주면 애들이 성관계를 너무 빈번하게 할까 봐, 자위를 너무 빈번하게 할까 봐 걱정해서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거 알려주지 않아도 애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20년 전 나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다 있던 자료들이 지금은 얼마나 더 발달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결론은 솔직하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초등학교 4,5, 6학년 때 그런 교육을 받아야 성적으로 왜곡된 시각을 가진 학생들이 적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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