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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ul 12. 2019

기호 3번 안석뽕 -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식

독서 서평 | 기호 3번 안석뽕, 진형민 저, 창비, 2013


  '기호 3번 안석뽕'. 이 책은 주변 교사들이 온 책 읽기(슬로리딩)를 많이 한다고 해서 읽어 본 책이다. 온 책 읽기를 하려면 교사가 먼저 그 책을 읽어봐야 한다. 


  이 책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기득권들의 부당한 행동에 힘없는 자들이 연합해서 저항하라는 것일까? 기득권들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내 삶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일까? 저자가 비유적으로 소설을 썼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지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나의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겠거니 한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전개 된다. 하나는 안석뽕이 엉겁결에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나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덕 시장 옆에 큰 P마트가 들어와서 상권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안석뽕이 엉겁결에 나와서 조조, 기무라 친구들과 함께 선거유세를 하다가 경고를 1회 먹는다. 조조가 석뽕이가 준 가래떡을 친구들에게 준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었는데 후보자가 학생들에게 먹을 것을 주었기 때문에 불법선거가 되어 경고를 먹는다. 안석뽕은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선거와 관련된 규정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작가는 어떤 걸 의도하고 있을지 고민했다. 기득권들이 만들어 놓은 질서를 잘 모르고 뛰어든 안석뽕이 준비가 미흡한 것을 탓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득권들의 질서가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안석뽕과 친구들처럼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선거유세를 하는 게 참신하고 좋은 것이라는 것일까? 판단은 독자의 몫일 거라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문덕 시장과 P마트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대형 마트가 재래시장 옆에 생기는 건 잘못된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이다. 책에는 대형 마트가 재래시장 옆에 들어 노는 것을 막는 법이 통과가 되었는데, 그 법이 통과되기 2일 전에 P마트가 문을 열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나온다. 이건 법을 지켰으니 괜찮은 건가? 위에서 이야기한 기득권이 만든 질서대로 흘러가는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불합리한 것인가?


  그런 상황에서 백발마녀가 소소하게 저항을 한다. P마트에 바퀴벌레 몇 마리를 푼 것이다. 그 덕분에 P마트는 소독을 한다고 휴업을 하게 되고, 백발마녀는 CCTV를 통해 발각돼서 경찰서에 잡혀간다. 아이의 장난이기에 훈방조치되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행동은 괜찮은 행동인가? 책에서는 시장 어른들이 못한 행동을 아이가 했기에 재래시장 어른들은 백발마녀를 자랑스러워한다. 정말 그럴까? 기득권들의 질서에 돌을 던졌으니까 괜찮은 건가?


  실제로 책 중간에 백발마녀가 안석뽕에게 묻는다. 너는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유관순 열사를 존경하냐고. 백발마녀의 행동이 위인들의 행동과 비슷하다는 저자의 인식이 깔려 있다. 결국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저항의식'에 대해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법의 테두리를 살짝살짝 넘나들며 저항을 하는 것은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든다. 그건 아마도 내 삶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무난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금 교사라는 지극히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책을 덮으며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래서 서평을 쓰며 생각을 정리했다. 상당히 가벼운 소설 같지만, 그 안에서 저항 의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아이들이 읽기에 가볍지만은 않은, 현재의 기득권 질서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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