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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ul 15. 2019

독서 서평 |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하완 저, 웅진지식하우스, 2018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능력주의 과점에서 봤을 때는 참 한심한 제목이다. 열심히 살아야지 능력을 갖추게 되고, 돈도 벌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경험해 봐서 안다. 열심히 산다고 다 성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가? 고스톱에서 통용되는 단어지만 우리 삶에도 운이 70%나 작용할 때가 있긴 있다.


  나는 첫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열심히 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컴퓨터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끊었고, TV를 거의 보지 않았으며, 신문을 보기 시작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 한 7년 정도 열심히 살고 있는 듯하다. 사실 열심히 살게 된 건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산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만 열심히 했지 항상 열심히 살지는 않았었다. 그래서 항상 열심히 살면 어떨까? 열심히 살면 정말 삶이 나아질까? 나의 한계는 어디일까? 내가 어디까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열심히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나 난 슈퍼맨이 아니다. 올해 정신적 번아웃이 왔다. 맨날 열심히 사니까 삶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료하다는 느낌? 30대 후반에 딴짓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사춘기가 지나고 오춘기가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시점에 이 책을 만나 읽게 되었다.


  몇 페이지 안 넘기고 엄청 중요한 구절을 발견했다. 열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내가 지은 애칭이 '열정기백쌤'이다. 그만큼 열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열정도 닳는단다. 함부로 쓰다 보면 정말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게 된단다. 맞는 말이다. 내 열정 좀 아껴놨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 말미에 이런 문장과 그림이 있다.


  우리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원래 세상일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정상이고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 원래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최근에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주변과 비교하며 실망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열심히 살았는데 세상에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니 우울해졌다. 소셜 미디어의 단점이기도 한 것인데, 내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이루며 살 수는 없다. 그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이 책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래, 비교하지 말자. 세상일이 원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에세이 형식이라 상당히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능력주의 프레임에 갇혀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준다. 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조금 뒤로 물러서서 여유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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