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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Mar 21. 2020

교사의 일이란 무엇인가?

교사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직군이다.


 주말인 토요일.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체육과 교육과정을 꺼내 '내용체계'를 보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기백반 체육교실에서 요즘 '체육수업 전문가 시리즈'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를 만들기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 책자를 꺼내 살피고,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살피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며 공부를 한다.


 자, 여기서 질문이 들어간다.

 교사인 내가 한 행위는 '일'을 한 것인가? 아닌가?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가르치기 위해서 다양한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는 체육 교육을 잘하기 위해 지식을 쌓았고, 이 지식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일을 한 것인가?

  만약에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한다면 편협한 생각이다. 그런 논리면 군인들은 전쟁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소방관은 불을 끄고 있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군인들은 전쟁에 대비해 평소에 교육훈련을 하고, 물자 정비를 한다. 이건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교사도 학생들과 만나는 수업을 위해 수업시간 외에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다양한 경험을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일'을 한 것이라면 나는 초과근무를 한 것인가? 토요일에 일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면 일에 대한 임금(초과근무 수당)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노동자들은 그렇게 임금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걸로 교사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초과근무 수당은 학교와 관련된 행정 업무를 했을 때 준다. 

 그럼 나는 지금 무엇을 한 것인가?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일을 안 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결국, 교사의 일은 매우 특수한 성격의 일이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한다. 사람이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창의적인 일이다. 가르쳐야 할 지식(내용학적 지식, CK)이 있는데 그것을 가르치는 방법(교수학습적 지식, PK)은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는 전문직이고 전문가다. 표준화된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에게 필요한 건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이 두 가지가 풍부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더 잘 길러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교사들이 출근해서 교실에 있지 않으면 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사회는 교사에 대한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전문가 집단이다. 교사가 가진 지식과 경험은 모두가 교사의 전문적 자원(resource)이다. 교사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고, 다양한 곳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교사는 교실 책상을 벗어나 돌아다니고 공부해야 한다. 즉, 교사의 일은 근무시간과 그 외의 시간을 명확히 구분짓기 어려운 특징이 있는 것이다. 이건 전문가 집단이 가진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요즘, 교육공무직이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교사와 비교를 한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들이고 공무직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행정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다. 하는 일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학교 안에 같이 있다 보니 자신들이 교사라고 착각하는 무리들이 있는 것 같다. 교사들이 수업하는 교실 속 모습, 수업 이후, 또는 퇴근해서 그들이 전문성 계발을 하는 모습은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비교하지 않으면 좋겠다. 열심히 전문성 계발하는 교사 입장에서 상당히 불쾌하다. 


   그리고 우리 교사들도 현재 상황에 대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 가열하게 전문성 계발을 해야 한다. 우리의 전문성은 수업에서 나온다. 매년 하는 동료장학을 보다 열심히 하고 수업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교육공동체를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게 우리 교사들이 업신여김을 받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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