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y Sung Jan 09. 2021

우리는 누구나 벽에 키를 잰 적이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주기적으로 키를 재 주셨다. 누나와 내가 새하얀 벽지를 등지고 서면 자와 연필로 키를 적어주셨다. 그렇게 키를 잰 흔적들이 벽에 빼곡히 남았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는 엄마 키를 넘어섰고, 아빠 키를 넘어섰다. 그때의 뿌듯함이란... 


  내가 부모가 되고 우리 아이들에게 똑같이 한다. 주기적으로 키를 재며 얼마나 키가 컸는지 확인한다. 키가 재밌는 건 아침에 재면 쑥 커있고, 저녁에 재면 다시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키를 재면 그다음에도 그렇게 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키가 안 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사를 가는데 아이들 키를 잰 흔적을 두고 가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다. 옛날에는 아이들 키가 이렇게 작았는데, 어느새 많이 컸다. 아이들의 키가 자라는 만큼 내 나이도 먹는다. 시간의 흐름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 가족을 파고든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