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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Nov 28. 2020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 가족을 파고든다면…

가족의 선별 진료소 방문과 음성 판정까지

1. 바이러스와의 조우

 지옥 같은 3일을 보냈습니다. ‘지옥 같은'으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정말 골로 갈 뻔했습니다. 2020년 11월 28일(토)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3차 대유행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다들 예상하는 것처럼 제 주변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었습니다. 제 아내와 함께 사무실을 쓰는 동료의 남편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습니다. 그 사실을 11월 25일(수) 오후 2시 30분경에 아내의 전화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사무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해산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아내가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안 쓴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 때문에 3일 내내 엄청나게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2. 사태 인지 후 첫날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던 당시 저는 원격연수 촬영 때문에 스튜디오에 있었습니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바로 마스크를 쓰며 거기 계신 관계자 분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순간 정적. 그리고 촬영을 하지 않고 바로 해산했습니다. 

 그리고 집 앞에서 아내를 만나 이야기했습니다. 제일 큰 걱정이 우리 집 아이들이었습니다. 집에 화장실이 1개밖에 없어서 함께 써야 하는 문제, 잠은 어디서 잘 것인가 문제. 걸리는 게 참 많았습니다.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은 아내가 아직 확진되지 않았는데 확진자처럼 대해야 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느슨하게 할 거면 한 없이 느슨해지는 거고, 확진자처럼 대하면 한 없이 멀어져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내가 마음의 상처를 받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말 무서운 건 바이러스가 무서운 게 아니라 사람들의 편견이었습니다.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이 사람 자체가 바이러스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심리적으로 모든 것이 꺼려집니다.

 저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황급히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상황 설명을 합니다. 

 “얘들아, 엄마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엄마 곁에는 가지 말고, 엄마가 있는 방에는 가면 안돼. 그리고 우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돼. 알았지?”

 항상 엄마한테 안기던 4살 막내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엄마랑 거리두기를 시작합니다.


3. 사태 인지 후 둘째 날

 아침이 되고 아내 직장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중략 - (자세히 썼다가 지웁니다. 아내 지인분에게 상처될 것 같아서요) 어쨌거나 결국 아내에게도 보건 당국에서 연락이 옵니다. 내일(금) 오전에 보건소에 와서 검사를 받으라고 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이런 연락을 받으니 멘탈이 흔들립니다. 아내는 더 비관적으로 혼자 동굴을 파고 들어갑니다. 마음이 사인(sin) 곡선처럼 요동친다고 합니다. 괜찮을 거야 했다가도, '내가 왜 마스크를 안 썼지?’라고 생각하며 한없이 우울해집니다. 

 저는 정말 집안일 거의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세 아이 밥을 챙깁니다. 아. 저는 당연히 재택근무를 합니다. 자가격리 대상자의 가족은 학교에 출근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세 아이의 아침을 챙기니 설거지가 한가득입니다. 아침에 우리 반 애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합니다. 수업 끝나고 온라인 콘텐츠 올리니 점심 먹을 시간입니다. 애들 점심 챙기고, 다시 설거지, 학교 업무 조금 하니 곧 저녁. 다시 저녁 차리고 설거지. 왜 우리 엄마와 제 아내가 그렇게 삼시 세 끼에 스트레스받았는지 알겠습니다.


4. 사태 인지 후 셋째 날

  아침에 아내는 보건소에 검사를 받으러 갑니다. 10시에 보건소에서 검사한다고 합니다.  저는 어제와 같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식사 준비, 설거지, 청소 등등. 집에서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춥지만 환기는 계속합니다. 

 아내가 돌아왔는데 시무룩합니다. 발표는 내일 오전에 온다고 합니다. 아내가 몸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합니다. 저도 몸이 으슬으슬 추운 것 같습니다. 괜히 몸이 안 좋습니다. 정말 사람의 심리란 재밌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몸이 안 좋아졌다가 좋아졌다가 합니다. 

 저녁에 다음날 아침에 먹을 식빵을 사러 갔다가 빵집 앞에서 지인을 만납니다. 집안 이야기를 살짝 하니 흠칫 놀랍니다. 바로 거리두기에 들어갑니다. 그분은 저를 바이러스로 보았겠지요. 당연하지만 참 그렇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건 사람들의 공포와 그로 인한 상처인 것 같습니다.


5. 사태인지 후 넷째 날

 아내가 ‘음성'인지 ‘양성’인지 발표가 나는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내는 밤새 잠을 잘 못잤다고 합니다. 살짝 선잠이 든 상태에서 꿈을 꾸면 주변 사람이 와서 ‘양성 판정’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악몽을 꿨다고 합니다. 

  9시 30분 넘어서 문자가 왔습니다. 정말 다행히 ‘음성'입니다. 아내와 저, 온 가족이 환호를 지릅니다. 그런데 서로 안아줄 수가 없습니다. 그 어색함이란.

 아내는 다행히 ‘자가격리 대상자’는 아닙니다. ‘능동 감시자’입니다. 그래서 밖에 외출도 할 수 있고, 출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월요일부터 출근할 수 있겠네요. 


6. 이번 일을 겪으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턱 밑까지 치고 들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0년 2월, 우리나라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고 지금처럼 피부에 와 닿은 적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방역에 엄청 느슨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는 등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가 이야기합니다. 자기 동료의 남편이 확진돼서 이렇게 일이 진행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코로나는 정말 언제 어디서 전파될지 모릅니다. 이 당연한 말을 그 전에는 무시했었는데요. 이번에 제대로 느꼈습니다. 조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내가 아픈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나로 인해 피해를 받게 되는 주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나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원망입니다. 이번에 제대로 느꼈네요. 

 다들 마스크 잘 쓰고 방역에 신경 쓰면 좋겠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이렇게 지나갑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씁니다. 아내가 양성이었다면 저도 선별 진료소에 가겠죠. 참 무서운 세상입니다. 모두들 안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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