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서평 | 체육교사 수업을 말하다. 전용진 저, 2015, 살림터
체육과 관련된 책을 내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다. 교직 생활 한지 15년 가까이 되어 간다. 체육 수업에 천착한지 1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아직 책을 쓰기에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출간 기획안을 작성하다가도 아직 머릿속이 정리가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멈추게 된다.
그 부족함을 메꾸고자 선배 교사들이 쓴 책을 읽어보고 있다. 책장에서 ‘체육 교사, 수업을 말하다.’라는 책을 꺼냈다. 2015년에 산 책인데 이제야 읽어봤다.
이 글의 저자는 현재(2022년)에도 서울에서 체육을 가르치고 있는 중등교사다. 90년에 교직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교직 일기를 쓰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다.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2015년 나온 책이니 무려 25년 동안의 기록이다. '나도 지금부터 체육 수업에 대한 반성 일지를 작성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들면 바로 실천해야지. Just do it. 이게 나의 교육철학이니까.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부분들이 있다.
저자는 90년대 중반 이후 체육 수업에 자신감이 생기고 이것저것 도전을 하셨단다. 그런데 주변 선배들의 부정적인 압력이 행사되었다. ‘당신만 튀지 마라.’, ‘우리도 젊을 때 다 그랬다. 그 열정 오래 못 간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상처받으셨다고 한다. 이건 나도 많이 들었던 말이다. 교직에서는 열심히 하는 교사에게 ‘승진 프레임’을 씌우며 '승진하려고 열심히 한다.’라는 부정적인 말을 한다. 그러면서 튀지 말고 하향 평준화를 강요한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90년대 중반에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겠다고 추측해 본다.
그래서 저자는 해결책으로 ‘교과서 대로 수업하기’를 택했다. 교과서대로 수업하면 그 누구도 무엇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 좋은 전략이다. 지금도 교과서대로 체육 수업하는 교사가 별로 없다. 교과서대로 수업하면 교육과정을 구현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체육 수업을 할 수 있다. 물론, 더 전문성 있는 교사는 교과서가 필요 없다. 내 머릿속에 있는 워크북으로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이다. 학생들은 체육 수업을 노는 시간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교사들은 그 문화를 굳이 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나공’ 수업으로 수업을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 시간을 ‘노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해 계속 고민 해야 한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을 느꼈던 부분도 있다. 남학생과 여학생을 완전히 구분 지어 생각한 저자의 생각이다. 1990~2000년대는 그랬을지 몰라도 이제는 남자와 여자의 구분을 줄여야 하는 시대다. 남녀 공학, 남녀 합반이 많은 시점에 남녀를 가르는 것보다는 기능이 뛰어난 학생, 기능이 부족한 학생으로 나누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 세월이 흘렀기에 젠더 감수성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도 불과 3년 전 끼지 여학생 신체 활동 활성화에 찬성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며 참 멋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교직생활 30년을 되돌아보며 쓴 책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나도 30년 지났을 때 이렇게 자서전을 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열심히 체육 수업에 대한 일지를 작성해야지.
중등 체육 수업의 맥락적 흐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초등 교사 입장에서 중등 체육 수업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돼서 참 좋았다.
▶︎ 아나공 수업
▶︎ 주변 동료교사들의 열정 죽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