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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an 30. 2022

게임에 빠지는 아이들의 심리 상태는 어떠할까?

한 달 동안 포켓몬 유나이트 게임을 열심히 한 초등교사의 경험담

1. 포켓몬 유나이트 게임과의 만남

  요즘 '포켓몬 유나이트' 게임에 흠뻑 빠져있다. 30대 후반에 어린이들이 할만한 게임에 빠져들다니 나 스스로가 좀 우습다. 이 게임을 하게 된 계기는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들이 닌텐도로 ‘포켓몬 유나이트’라는 게임을 시작했는데 꽤 열심히 했다. 나의 로망 중 하나는 아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게임에 대해 소개를 받고, 모바일 버전으로 아이패드에 인스톨한 후 하기 시작했다. 


2. 포켓몬 유나이트 게임의 특징

 이 게임은 LOL(리그 오브 레전드)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한다. (난 LOL을 해보지는 않았다.) 포켓몬 유나이트는 LOL과 닮았다. 5:5 게임으로 게임이 시작하면 중립 NPC를 잡으며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올리고, 에오스 골을 얻는다. 그리고 함께 다니며 상대팀 포켓몬을 아웃시키고, 상대방 골대에 에오스 골을 넣으면 된다. 10분 후에 골을 많이 넣은 팀이 우승한다. 

 그런데 이 게임이 왜 재밌을까? 

 1) 사람 대 사람이 하기 때문에 재밌다. 컴퓨터랑 하거나 혼자 하는 게임은 생각보다 금방 질린다.

 2) 포켓몬 간의 상생 관계가 있고 변수가 많아 전략이 존재한다. 지닌 물건을 무엇을 가지고 다닐 것인가? 위 루트, 중간 루트, 아래 루트 어디로 갈 것인가? 그 전략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3) 게임에서 내가 최고가 된 것 같다. 내가 잘해서 상대팀 포켓몬을 아웃시키면 이 세상 최고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점점 게임에 열중하게 된다. 


3. 현재 나의 상태

 그 결과 나는 한 달만에 게임을 800판을 했다. 1판이 10분인데, 앞 뒤로 게임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총 13분 정도 걸린다. 이걸 시간으로 환산해보자.

 1판 = 13분

 800판은 13분 x 800판이니 10,400분이다.

 10,400분 / 60분 = 약 173시간이 나온다.

 한 달 동안 173시간을 했으니 173시간 / 30일을 하면 한 달 동안 꾸준히 5.7시간을 했다. 어마어마하게 많이 했다. 내 열정을 한 달 동안 이 게임에 쏟아부었다.


4. 게임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

 위에 쓴 대로 게임을 했다는 이야기는 게임에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다. 하루에 20판 가까이하면서 정말 이 게임이 중독성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게 하고 싶어도 계속하게 된다. 왜 그럴까? 나는 나이 먹은 어른이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는 교사이기도 하니 게임을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게임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아래 내용은 당일에 게임 시작부터 20판을 할 때까지 마음 상태의 변화다. 


 가. 처음 게임 시작

  처음 게임 시작은 가볍다. 한 판 또는 많아도 3판 정도만 하고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작한다.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그런데 3판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마지막 게임에서 진다. 이러면 상황이 곤란해진다.  


 나. 게임에서 졌을 때

  바로 전에 한 게임에서 지면 마음이 너무 분하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우리 팀 중에 누군가 못하거나, 갑자기 안 하는 경우가 생긴다.(네트워크 문제, 갑자기 사정이 생겨 끊어버리는 경우) 그렇게 5:5 게임에서 우리 팀이 1명이 없으면 질 수밖에 없다. 그러고 나면 너무 억울하다. 그리고 게임상에서 누군가 나를 아웃(좋은 말로 해서 아웃이지 죽여버리는 것이다.) 시키면 정말 기분이 나쁘다. 나도 빨리 복수하고 싶고 상대방으로 죽여버리고 싶어 진다. 그렇게 뇌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며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게임에 지고 나면 게임을 그만 둘 수가 없다. 한 판 더 해야 한다. 반드시!! 그래서 이겨야 한다!!


 다. 게임에서 이겼을 때

  그렇게 게임을 다시 열심히 한다. 이번에는 같은 팀이 열심히 해 주어서 5:5 게임에서 이겼다. 그러면 하늘을 날아갈 듯 너무 기쁘다. 이때 뇌에서 도파민이 팍팍 분비된다. 엄청난 흥분과 쾌감을 맛본다. 그래서 이렇게 이겼을 때 게임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래야 오늘 한 10판의 게임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파민이다. 우리 뇌는 쾌감을 맛보고 나면 또 맛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한 판 더 해서 그 도파민을 또 맛보고 싶어 진다. 원래 이기면 그만두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 


라. 게임의 무한 루프

   결국 게임을 지면 이기기 위해 해야 하고, 게임을 이기면 또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해야 한다. 그렇게 게임의 무한 루프에 빠진다. 원래 나는 3판만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10판을 내리하고 있다. 

   이렇게 게임의 무한 루프에 빠지면 게임을 끝내고 밥을 먹거나 다른 일을 할 때 게임이 생각난다. 이렇게 하면 게임에서 이겼을 텐데…이 아이템을 장착하면 더 세질 것 같은데…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렇게 하루의 대부분을 게임에 매진하게 된다. 


5. 게임에서 어른과 어린이의 차이

  나는 어른이다. 그래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졌을 때와 다르다.(달라야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게임 상황을 컨트롤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도 이런 방법으로 극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 오늘 꼭 해야 할 중요한 과업을 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게임을 한다. 

  일어나자마자 게임을 하고 싶다. 그렇다고 게임을 시작하면 안 된다. 그러면 위에 4번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게임의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오늘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한다. 그리고 그걸 끝내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게임을 한다. 그러면 중요한 일을 할 때 집중해서 처리할 수 있다. 빨리 끝내야 재밌는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나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 게임을 빨리 하고 싶다고 내가 할 일을 대충 하면 안 된다. 학생들은 보통 숙제를 하게 될 텐데 게임하겠다고 대충 하면 안 된다.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 


 나. 게임을 많이 했다 싶으면 반드시 운동을 한다.

   게임을 많이 했다 싶으면 반드시 운동을 한다. 여기서 운동은 뛰는 것, 러닝을 의미한다. 게임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기기 위해 내 캐릭터가 상대방에게 죽으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질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한다. 실제로 지면 분노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게 게임을 많이 하고 마음이 답답할 때 동네 한 바퀴를 뛰면 기분이 좋아진다. 뛰면서 내가 실제로 살아있음을 느끼고 게임 속 나와 실제 나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다. 숨차게 달리면서 나의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렇게 게임 속 나와 현실 속 나를 구분지어야 한다.


6. 게임의 중독적인 요소를 교육과 연관 지어 본다면?

   학생들이 게임에 왜 빠져들까? 게임에 중독되게 만드는 요소들을 생각해보면 이것을 공부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게임이 시작되고 몇 번의 노력으로 숫자인 레벨이 올라간다. 나의 레벨이 오르면 성취감을 느낀다. 

 → 공부도 재밌어지려면 레벨을 올리는 구조가 되면 좋다. 공부한 정도를 레벨로 나타내기 어렵겠지만, 빅데이터가 발달한 요즘 같은 시대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 과목에서 레벨을 나타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학생들은 레벨을 올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될 것이다.(입시 위주의 공부라 문제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나. 게임을 하면 할수록 돈, 포인트, 재화를 얻게 된다. 

  게임에서 이기면 150포인트, 지면 100포인트를 얻는다. 어쨌거나 게임을 하면 할수록 포인트, 재화를 얻는다. 그리고 이건 돈으로 살 수도 있지만 포인트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절약하는 길이 된다. 즉, 중독성 높은 게임은 즉각적으로 보상이 주어진다. 

 → 수업이든 강의든 무엇인가를 하면 바로 보상을 얻게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보상이 돈이면 천민자본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NFT, 블록체인이 발달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해당 학교에서 쓸 수 있는 NFT로 포인트를 줄 수 있을 것 이다. 


다. 친구들과 함께 한다.

  중독성 높은 게임의 특징은 3:3 혹은 5:5로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도 그랬고, 위에서 설명한 포켓몬 유나이트도 그랬다. 혼자 하면 재미가 오래가지 않는데, 같이하면 참 재밌다. 

 → 공부도 같이 하면 된다. 우리는 공부를 혼자 한다. 혼자 공부하고 시험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런 틀에서 벗어나 공부를 함께 하는 구조가 제시되면 재밌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려면 프로젝트 학습으로 가서 어떤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공부가 재밌어질 것이다.


 7. 나오며

   한 달 동안 게임에 심하게 빠져본 어른이자 교사의 입장에서 게임에 빠지는 아이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게임 중독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학생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은 지금 아이들이 중독된 게임을 해 봤는가? 게임에 중독되어 봤는가? 대학교에서 알싸하게 배운 지식들을 가지고 전문가인척 하고 있지 않은가? 

  무릇 전문가는 자기가 직접 경험하고 지식을 쌓아야 한다. 나는 실제로 한 달 동안 게임에 깊이 빠져들어 게임을 해 보며, 게임에 중독되는 아이들의 심리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의 심리 상태나 그 아이들의 심리상태나 비슷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는 어른이고, 세상을 경험한 것이 아이들보다 크기 때문에 게임이 생활의 전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 경험이 적은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면 그 게임이 내 삶의 모든 것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반작용으로 게임에 중독되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이 참 안타깝다.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어른들이 올바른 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달 동안 게임을 한 나의 경험이 헛된 경험이 아니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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