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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공간에 생명을, 놀이터는 교실이 된다.

by Key Sung

나는 어렸을 때 밖에서 신체 놀이를 정말 많이 했다.

학원은 다니지 않았고, 학교가 끝나면 운동장에서 매일 놀았다.

아니면 집에 가방을 던져 놓고 나와 동네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뛰어놀았다.


생각해보면, 기백반 체육교실의 많은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그 시절의 경험이다.

내가 학원만 다니는 학생이었다면 지금처럼 체육 콘텐츠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매일 학원에 다니며 학원 숙제에 치인다.

쉬는 시간에도 숙제를 하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방과 후에는 거의 모두가 학원에 간다.운동장은 적막하다.

안타깝고 안쓰럽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포스퀘어’라는 활동을 알려주었다.

포스퀘어는 손으로 하는 족구 같은 놀이인데, 영미권에서는 흔히 즐기는 활동이다.

이 활동을 알려주고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뉴스포츠 | 포스퀘어 - 4개의 사각형에서 공 하나로 재밌게 즐기는 놀이(러닝 타임 10:01) -

https://youtu.be/rEF-ZG_aLAs



처음에는 ‘초록광장’(우리 학교에 내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가르쳤다.

하지만 그 공간은 점심 시간에 사용할 수 없다.

과밀 학급이라 점심 시간에도 다른 학년의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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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지하 1층의 공간을 소개해 주었다.

마치 죽어 있던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아이들은 손수 종이테이프로 경기장을 만들었다.

종이테이프는 물론 내가 제공했다.

그리고 매일 중간놀이 시간과 점심 시간에 그곳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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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간에서 놀다가 다치면 어쩌냐고?

내가 책임지는 거다.놀아본 아이들이 덜 다친다.

처음만 잘 넘기면, 아이들은 잘 다치지 않는다.

그곳에서 싸움이 나지 않냐고?

당연히 싸운다.얼마 전에도 갈등이 있었고, 싸워서 찾아온 아이들도 있었다.

나는 중재했다.

갈등이 없는 집단이 있을까?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이면 싸우기 마련이다.

학교는 그런 갈등을 경험하고,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나는 그런 판을 깔아주는 ‘교사’다.


나는 바란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재미있게 놀 수 있기를.

그래야 건강한 아이들, 건강한 학교, 그리고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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