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공습 앞에서...
한가한 일요일 아침. 날씨가 좋다. 밖에서 아들이랑 공 차고 놀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밖이 뿌옇다. 미세먼지 농도를 찾아보니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모두 나쁨이다. 바로 집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들이 방방장에 가자고 한다. 집에만 있으면 지겨우니 집을 나선다.
밖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길 양쪽에 흐드러지게 벚꽃이 피었고, 바람이 불면 꽃비가 내린다. 그 길 끝을 보면 희뿌옇다.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다. 호흡을 몇 번 해보면 코에서 답답함이 느껴진다. 밀폐된 체육관에 엄청난 먼지가 있고 그 안에서 숨 쉬는 느낌이다. 날씨가 좋은데 밖에 아이들이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실내 방방장에는 아이들이 이미 많다. 나 같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여기로 데리고 왔을 거라 생각한다.
재작년부터 미세먼지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 전에는 봄 철에 중국발 황사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1년 내내 미세먼지가 괴롭힌다. 그 원인이 중국에 있다고 하지만 미세먼지의 절반은 우리나라에 있는 경유차, 공사장의 중장비 차량 등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나 어렸을 적, 미래에 대한 상상화를 그리면 빠지지 않고 나왔던 그림이 사람들이 산소통을 등에 매고 산소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그림이었다.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 항상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하고 외출해야 한다. 제일 싫은 건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미세먼지를 마신다는 사실이다. 나야 어른이 되었으니 그렇다 치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을까. 아이들 입에 있는 마스크가 아이들의 성장을 막아버릴 것 같다.
원인이 무엇이든 지금 상태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요새 언론이 나무 조용하다. 언론이 조용하니 정부도 움직일 리 없다. 며칠째 미세먼지가 극성인데 뉴스에서도 별 이야기가 없다. 다들 둔감해지고 있다.
맑은 공기는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숨 쉴 권리가 필요하다. 인간이 신체활동하기 위해 밖에 나가는 것이 위축되는 것 자체가 인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그냥 나 어렸을 적 처럼 평범하게 숨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