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저녁 9시에 잠이 오면 침대에 눕고, 새벽에 일어난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밤에 하는 것보다 새벽에 하는 것이 좋다. 정말 아침형 인간이 맞는 것 같다.
오늘은 2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더 자고 싶었는데 누워서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벌써 70대 할아버지처럼 된 것인가.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다가 배고파서 부엌에 가는 길에 불현듯 옛날 기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단순한 호기심에 신문 배달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친구가 먼저 한다길래 호기심에 신문 배달하는 사무실에 가서 간단한 이야기를 듣고 신문 배달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기특함 반, 걱정 반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때가 초겨울이었는데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찬 바람을 가르며 신문 배달했던 기억이 난다. 5시 즈음 신문 배달소에 가면 아저씨가 나와 있고 내가 배달해야 할 신문을 확인한 다음 카트에 옮겨 닮았다. 그리고 배달해야 할 동, 호수가 적힌 쪽지를 들고 배달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깜깜한 5층짜리 아파트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어나는 건 둘째치고 가장 싫었던 건 ‘무서움'이었다. 어떤 집 앞에서는 항상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등꼴이 오싹했다. 새벽 5시인데 이상한 색깔의 불이 켜져 있는 집도 있었다.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때의 무서움이 아직도 기억 난다.
한 달 정도 하다가 곧 포기하고 어머니가 나 대신 신문배달을 했지만, 나에게 신문배달은 새벽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안겨 주었다.
그 이후에 새벽에 대해 온 몸으로 느꼈던 것은 군대 가서 였다. 군대에서 당직사관으로 근무를 하며 새벽에 부대를 순찰할 때 예전 4학년 때 신문 배달하며 느꼈던 무서운 감정이 되살아 났다. 그때의 추웠던 기억과 무서웠던 기억이 오묘하게 군대에서 새벽 순찰할 때 온몸을 휘감았다. 그 느낌은 반가우면서도 무서운 희한한 감정이었다.
새벽에 깨어 활동하다 보면. 어느 날 불현듯 '새벽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새벽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기 보다 가슴속에서 시작된 무언가가 온 몸에 느껴질 때가 있다. 벌써 20년이 넘게 지난 신문 배달할 때의 그 설렘과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는 것은, 기억을 구성하는 건 내 뇌뿐만이 아니라 내 몸속 구석구석의 세포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은 뇌가 단순히 기억하는 게 아니라 온 몸이 구석구석 기억하는 거다.